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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파고
온 인류의 이목을 집중시켰던 ‘세기의 대결’이 마침내 끝났다. 이세돌 9단과 컴퓨터 바둑 프로그램 ‘알파고’ 얘기다. 모두들 인공지능과 인류의 미래에 대한 예측에 여념이 없는 중에 ‘신흥 바둑 명문, 알파고엔 어떻게 진학하나요?’라는 뜬금없는 우스개가 눈에 띄었다. 알파고의 ‘고’를 고등학교의 ‘고(高)’라고 착각했다는 건데, 아닌 게 아니라 바둑 프로그램에 왜 그런 이름이 붙었을까?
‘알파(alpha)’는 그리스 자모의 첫째 글자인 α의 이름이다. 영어에서는 대개 여러 개의 연속물 중 첫 번째 것을 가리키는 말로 잘 쓰인다. 말하자면 ‘제1호’ 정도의 뜻이다. ‘고(Go)’는 영어로 바둑을 뜻한다. 옥스퍼드 사전에 따르면 이 말은 19세기 일본어에서 유래했다고 한다. 바둑을 뜻하는 한자 ‘기(棋)’를 중국어에서는 ‘치’, 일본어에서는 ‘고’라고 읽는데, 이 말의 일본어 발음을 따라 영어 단어가 만들어졌다. 수천 년의 역사를 지니는 바둑은 본래 중국에서 탄생했다. 이후 우리나라를 거쳐 일본으로 전래되었다. 그러나 일본을 통해서 서방 세계에 알려졌기에 일본어가 그대로 영어 단어가 된 것이다.
‘인삼’의 영어 명칭인 ‘진셍(ginseng)’도 일본어를 통해 영어가 되었으리라 짐작하는 사람들이 많다. 그러나 ‘진셍’은 17세기 중엽의 중국어 발음을 따라 만들어진 말이다. 현대 중국어에서는 ‘런선’, 일본어에서는 ‘닌진’과 비슷하게 발음된다.
우리말에서 영어 단어가 된 대표적인 단어는 ‘온돌(ondol)’이다. 방바닥 아래로 불기운이 지나게 하는, 우리 고유의 난방 방식을 말한다. 영어 문헌에서는 1930년대에 처음 쓰였다고 한다. ‘김치(kimchi)’도 대부분의 영어 사전에 올라 있다. 앞으로 또 어떤 말이 한국문화의 세계화를 통해 영어 단어가 될지 기대가 된다.
정희원 국립국어원 어문연구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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