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쪽으로 앉으실게요’
몇 년 전 모 개그 프로그램에서 유행한 ‘∼하고 가실게요’라는 표현이 어법에 맞지 않다는 지적을 받고 해당 프로그램 제작진이 ‘∼하고 가실게요’는 잘못된 표현이고 ‘∼할게요’, 혹은 ‘∼하겠습니다’가 바른 표현이라는 자막을 내보낸 적이 있다. 당시 시청자들은 방송에서 바른 말을 써야 하는 것은 맞지만 개그 프로그램의 경우는 어느 정도 이해가 필요하다는 의견과 개그 프로그램의 경우에도 잘못된 표현은 집어내고 이를 바로 잡아야 한다는 의견 등 다양한 반응을 보였다.
그런데 그로부터 수년이 지난 요즈음에도 병원과 백화점, 상점 등에서 ‘∼하실게요’라는 표현이 많이 사용되고 있다. ‘∼하실게요’는 상대방을 높이는 선어말 어미 ‘-시-’와 말하는 사람 자신이 어떤 행동을 할 것을 약속하는 뜻의 종결어미인 ‘-ㄹ게요’를 함께 썼기 때문에 호응이 잘못된 표현이다. 예를 들어 종업원이 손님에게 “이쪽으로 앉으실게요”라고 말하면 손님보고 이쪽으로 앉으라는 말인지, 아니면 종업원 자신이 이쪽으로 앉겠다는 말인지 혼동을 주게 된다. ‘앉으시다’라고 존대하는 표현을 썼기 때문에 손님을 보고 하는 말 같지만 말하는 사람 자신이 어떤 행동을 할 것을 약속하는 뜻의 종결어미 ‘-ㄹ게요’를 동시에 사용했기 때문에 종업원 자신이 이쪽으로 앉겠다는 의미로 착각할 수 있는 것이다.
따라서 이 경우에는 “이쪽으로 앉으세요”라고 말해야 바른 표현이 된다. 이와 비슷한 예로 “영수증 받으실게요”는 “영수증 받으세요”로, “물리치료 하실게요”는 “물리치료를 해드릴게요”로, “다른 장소로 이동하실게요”는 “다른 장소로 이동하겠습니다”로 고쳐 말해야 바른 표현이 된다.
유지철 KBS 아나운서실 한국어연구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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