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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법’의 두 가지 발음
“어, 이거 불법인데?”라고 했더니 옆 사람이 웃는다. 필자가 [불법]이라고 말한 것이 이상하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불뻡]이 아니냐고 한다.
‘불법(不法)’의 표준 발음은 [불법]이 맞다. 그런데 많은 사람들이 [불뻡]이라고 하듯이, 한자어의 발음은 예사소리가 된소리로 변한 경우가 꽤 있다. ‘문법(文法)’[문뻡]도 과거에는 [문법]이라고 발음하였다고 하니 적잖은 변화가 있었음을 짐작할 수 있다. 그러다 보니 사람에 따라서 발음이 다르고, 그 결과 표준 발음이 생소하게 느껴지는 경우가 비일비재하다.
‘효과(效果), 논조(論調), 관건(關鍵), 교과서(敎科書)’ 등도 같은 예이다. 이 단어들도 [효ː꽈], [논쪼], [관껀], [교ː꽈서]로 발음하는 사람이 많지만, 역시 [효ː과], [논조], [관건], [교ː과서]가 표준 발음이다. 적어도 공적인 환경이라면 이러한 표준 발음대로 말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다만 국어 화자들의 편의를 위하여 앞으로 현실음을 배려할 필요는 있을 것이다. 방송 아나운서들의 발음만 보아도 ‘효과, 논조, 관건’의 경우 예사소리, 된소리 발음이 반반 정도이다. 그만큼 된소리 발음을 무조건 잘못된 발음으로 몰아가기에는 어려움이 있다. 몇 년 전 ‘자장면’과 더불어 ‘짜장면’을 복수 표준어로 인정하였는데, ‘효과, 논조, 관건’ 등도 정도에 따라서 복수의 발음을 표준으로 인정할 수 있지 않을까. ‘자장면, 짜장면’은 표기도 둘이지만 이러한 한자어들은 표기를 바꿀 필요도 없다. 두 가지 발음을 좀 더 폭넓게 인정한다면 화자들의 마음도 좀 더 편하지 않을까 싶다.
허철구 창원대 국어국문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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