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진, 갖은
신문에서 어떤 운동선수 인터뷰 기사를 봤다. 독자들에게 하고 싶은 말을 묻는 말에 그는 “우리나라 스포츠에 관심 많이 갖어 주시고, 경기장에도 많이 와 주세요”라고 대답했다. 그 선수는 그냥 ‘가져 주시고’라고 말했을 텐데, 기자가 굳이 ‘갖어 주시고’로 썼을 것이다. ‘갖어 주시고’는 틀린 표현이다. ‘가져 주시고’라고 해야 맞다.
‘갖다’는 ‘가지다’의 준말로서, 본말과 준말은 문장 안에서 서로 바꿔 쓸 수 있다. 그런데 준말인 ‘갖다’는 모음으로 시작하는 어미와는 결합하지 못한다는 제약이 있다. 우선 ‘-게, -고, -다, -지’ 등 자음 어미와 결합할 때를 보자. ‘이 책을 가져다 두어라’ 대신 ‘갖다 두어라’라고 할 수 있고, ‘저리로 가지고 가세요’ 대신 ‘갖고 가세요’라고 해도 된다. 그런데 ‘-어(아), -은, -으니’ 등 모음 어미와 결합한 경우는 그렇지 않다. ‘이리로 가져 오세요’ ‘돈을 많이 가진 사람’ 등을 ‘갖아 오세요’ ‘갖은 사람’으로 줄여 쓸 수 없다.
따라서 ‘가지고/갖고’, ‘가지게/갖게’, ‘가지지/갖지’ 등은 둘 중 하나를 자유롭게 선택해 쓸 수 있으나, ‘갖다’에 모음 어미가 결합된 ‘갖아, 갖은, 갖으니’ 등은 틀린 표기가 된다. 반드시 본말인 ‘가지다’의 활용형 ‘가져, 가진, 가지니’로 써야 한다.
그런데 한 가지 주의할 것은 ‘갖은’이라는 말이 항상 틀린 것은 아니라는 점이다. ‘갖다’의 활용형이 아니라, ‘여러 가지의’ 또는 ‘골고루 갖춘’의 뜻을 지닌 관형사로서의 ‘갖은’이란 말이 따로 있다. ‘갖은 정성을 다해 부모님을 모셨다’거나 ‘갖은 양념을 넣어 만든 음식’ 등에 쓰인 ‘갖은’이 그 예이다.
정희원 국립국어원 어문연구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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