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별적 언어 표현
얼마 전 법제처는 법령에 쓰이고 있는 ‘파출부’, ‘사생아’, ‘혼혈아’ 등을 각각 ‘가사도우미’, ‘혼외 자녀’, ‘다문화 가정 자녀’ 등으로 바꾸어 쓰기로 했다고 발표했다. 이들 언어 표현이 특정한 직업, 성, 출생 등을 비하하는 등 차별적 의미를 지닌다고 본 데 따른 것이다.
‘파출부’는 사회적으로 ‘남의 집에서 하찮은 일을 해 주는 여자’를 가리키는 것으로 여겨져 왔다. 이 때문에 많은 사람들은 ‘파출부’라는 언어 표현 자체에 비하의 의미가 담겨 있는 것으로 생각했다. 또한 ‘파출부’의 ‘부(婦)’는 ‘가정부’, ‘간호부’ 등처럼 일부 명사 뒤에 붙어 ‘~하는 여자’의 뜻을 더하는 말이다. 그런 점에서 ‘파출부’는 특정 직업과 성을 아울러 비하하는 언어 표현이라 할 수 있다. 그러나 파출부가 하는 ‘가사 서비스’는 정식 직업의 하나이다. 여자들만 선택하는 직업도 아니다. 이로 보면 ‘파출부’는 시대착오적인 언어 표현인 셈이다.
한편 과거에는 ‘사생아’와 ‘혼혈아’를 바라보는 사회적 시선이 지극히 부정적이었다. 이 때문에 많은 사람들은 이렇듯 특정 출생을 비하하는 의미가 이들 언어 표현에 담긴 것으로 생각했다. 그러나 최근 혼전 동거, 국제결혼이 급증함에 따라 이들을 바라보는 부정적 사회적 시선이 크게 개선되었다. 그런 점에서 법제처가 ‘사생아’와 ‘혼혈아’를 ‘혼외 자녀’와 ‘다문화 가정 자녀’로 바꾸어 쓰기로 한 것은 환영할 만한 일이다.
“말 한마디에 천금이 오르내린다”라고 한다. 내가 아무런 생각 없이 내뱉은 말에 누군가 상처를 입을 수도 있다. 간단한 언어 표현도 남을 배려하여 세심하게 골라 쓸 필요가 있다. 특히 차별적 언어 표현은 삼가야 한다.
박용찬 대구대 국어교육과 부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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