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르스’와 ‘사스’
며칠 후 메르스 사태 종식을 공식 선언할 것이라고 한다. 메르스 감염자가 국내에서 처음 발견됐다는 소식이 보도될 무렵, 왜 SARS는 ‘사스’인데 MERS는 ‘메르스’로 읽느냐는 질문을 하는 사람들이 더러 있었다.
SARS, MERS는 각각 이 질환들의 공식 명칭인 ‘중증 급성 호흡기 증후군(Severe Acute Respiratory Syndrome)’과 ‘중동 호흡기 증후군(Middle East Respiratory Syndrome)’의 영어 머리글자를 따서 만든 약자로부터 온 말이다. 영어 약자를 우리말로 옮기는 데에는 두 가지 방식이 있다. ‘유엔(UN)’이나 ‘아이엠에프(IMF)’처럼 알파벳 이름을 낱낱이 나열하는 것과 ‘유네스코(UNESCO)’처럼 철자를 연결해서 하나의 단어처럼 읽는 방식이다. 이 중 어느 것을 택할지는 대개 영어의 관례를 따른다.
SARS와 MERS는 모두 한 단어처럼 발음된다. 이에 SARS는 영어 발음에 따라 ‘사스’로 적게 된 것을 쉽게 이해할 수 있다. 같은 원칙에 따르면 MERS는 ‘머스’로 적어야 했을 것이다. 그런데 이 말이 처음 우리말에 들어올 때 관계 기관에서 ‘메르스’로 표기를 했고, 그것이 언론을 통해 널리 퍼지면서 원칙에 맞지 않는 표기가 굳어진 것이다. 이미 ‘메르스’로 표기가 통일된 뒤에는 ‘머스’로 되돌리는 게 불가능하여 관용 표기인 ‘메르스’를 추인하게 되었다.
그러니 외국어에서 온 말은 처음 들어올 때 올바른 표기를 하는 게 중요하다. ‘바흐’나 ‘고흐’의 경우에도 이 말을 쓰기 시작할 초기에 일본어의 영향을 받아 ‘바하’ ‘고호’라고 표기했던 것이 아직도 일부 쓰이고 있다.
정희원 국립국어원 어문연구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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