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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던 길 그냥 가든가
“딴 여자 찾아보던가/ 아니면 가던 길 지나가던가” 요즘 인기 있는 걸 그룹의 노래 가사다. 노래만 들을 때는 몰랐는데 텔레비전 화면에 가사가 자막으로 나오니 잘못된 표기가 눈에 띈다. 바로 ‘찾아보던가, 지나가던가’의 ‘던가’인데, ‘든가’로 써야 맞다. 그러면 ‘가던 길’도 ‘가든 길’로 써야 하나? ‘던’과 ‘든’은 발음이 비슷해서 혼동하기 쉬운데 쓰임이 다른 말이므로 구분해서 써야 한다.
‘던’은 지난 일을 나타내는 ‘더’에 관형사형 어미 ‘ㄴ’이 붙어서 된 말로, 앞말이 과거에 일어난 일임을 나타낸다. ‘새집은 이전에 살던 집보다 훨씬 크다’거나 ‘깊던 물이 얕아졌다’처럼, ‘던’은 항상 과거와 관련 있는 상황에 쓰인다. 이 문장들에서 ‘살던’ 일은 지금이 아닌 과거의 일이고, 물이 깊었던 것도 이미 지나간 시절의 일이다.
‘든’은 ‘든지’ 또는 ‘든가’가 줄어진 말로, 선택과 관련된 상황에서 쓰인다. ‘노래를 부르든 춤을 추든 마음대로 해라’ ‘어디서 무엇을 하든 이것만은 기억하기 바란다’처럼 여러 대상들 중에 무엇이든 선택이 가능할 때 쓴다. 위 첫 번째 예문은 노래를 부르는 일과 춤을 추는 일 중에서 무엇을 해도 좋다는 의미다. 두 번째 문장에서는 둘 이상이 직접 나열되진 않았지만 ‘어디서 무엇을’이라는 말이 다양하게 열린 가능성을 나타내므로 역시 선택의 의미가 들어 있다.
인용한 노래 가사는 ‘딴 여자를 찾든지 말든지’ ‘가던 길을 계속 가든지 말든지’ 상관 않겠다는 뜻을 나타낸다. 따라서 선택의 ‘든’을 사용해서 ‘찾아보든가, 지나가든가’로 써야 맞다. 다만 ‘가던 길’의 ‘던’은 길을 걸어가는 행위가 잠시 전이긴 하지만 분명히 과거의 일이므로 ‘던’을 쓰는 게 맞다.
정희원 국립국어원 어문연구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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