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러
요즘 사람들은 아주 다양한 방식으로 여행을 즐긴다. 걷기 여행, 자전거 여행, 자동차 여행, 기차 여행 등이 바로 그것이다. 최근 들어 기차 여행을 즐기는 젊은 사람이 부쩍 늘었는데 이들을 가리켜 ‘내일러’라 한다. ‘내일러’는 ‘내일로’를 이용하여 기차 여행을 하는 젊은 사람을 가리킨다.
‘내일로’는 한국철도공사에서 2007년부터 만 28세 이하의 젊은 사람에게 판매하기 시작한 패스형 기차 여행 상품이다. 고속열차(KTX)를 제외한 전국 대부분의 열차를 일정 기간 무제한으로 이용할 수 있는 티켓인데, 5일권과 7일권이 각각 56,500원과 62,700원으로 아주 저렴하다. 이로 인해 젊은 사람도 경제적 부담 없이 맘껏 기차 여행을 즐길 수 있게 되었다.
그런데 ‘내일로’의 이름 짓기 방식이 특이하다. ‘내일로’는 ‘기차’를 뜻하는 영어 ‘레일(rail)’에, ‘길’의 뜻을 더하는 한자어계 접미사 ‘-로(路)’를 결합하여 만든 말인데, 소리의 유사성에 착안하여 ‘레일’을 우리말의 ‘내일(다가올 앞날)’과 바꿔치기하였다. 독창적인 이름 짓기 방식이라 할 만하다. 그리하여 ‘내일로’는 ‘앞으로’를 뜻하는 말로 받아들여질 수도 있다.
‘내일러’ 또한 아주 특이하게 만들어진 말이다. 이 말은 ‘내일로’에, ‘어떤 일에 관계하는 사람’을 뜻하는 영어의 접미사 ‘-er’를 결합하여 만든 말이다. 그러나 ‘내일로’에 영어의 접미사 ‘-er’를 결합하여 새말을 만드는 것은 독창적이라기보다 그 도를 크게 넘은 일로 봐야 한다. 우리말에서 ‘-er’와 같은 영어의 접미사를 가져다가 새말을 만드는 것은 극히 부자연스럽거나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귀차니스트’의 ‘-ist’도 마찬가지이다. 정말이지 우리의 영어 사랑이 넘쳐도 너무 넘친다.
박용찬 대구대 국어교육과 부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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