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소끔과 한 움큼
신혼 시절, 찌개라도 한번 끓이려면 친정어머니께 전화를 너 댓 번은 했다. “뭉근하게 오래 끓여야 맛이 우러난다.” “그건 팔팔 끓여야 되는 거야.” “한소금 끓으면 바로 건져내.” 불 조절이 요리의 성패를 좌우한다는 걸 그때 깨달았다.
그때 다른 건 알겠는데 ‘한소금’이 얼마만큼인지는 정확하게 감이 오질 않았다. 어머니의 설명에 따르면 ‘거품이 한번 부르르 올라올 때까지’가 ‘한소금’이란다. 그런데 ‘한소금’을 사전에 찾으니 나오지 않는다. ‘한소쿰’ 혹은 ‘한소큼’이라고 하는 사람도 있는데 ‘한소끔’이 표준어다.
‘한소끔’은 ‘한번 끓어오르는 모양’을 말한다. 조리법에서는 ‘새로운 재료를 넣은 뒤에 그 재료가 다시 한 번 끓을 정도의 시간을 나타내는 말’이라고 한다. ‘밥이 한소끔 끓으면 불을 줄여야 한다’와 같이 쓸 수 있다. ‘한소끔’은 또 ‘일정한 정도로 한차례 진행되는 모양’이라는 뜻도 있다. ‘한소끔 잤다’라고 하면 ‘한숨 잤다’는 뜻이 된다. ‘한소끔 되게 앓았다’고 하면 ‘한차례 심하게 아팠다’는 뜻이다.
‘한 움큼’이라는 말도 자주 틀리는 말 중 하나이다. ‘움큼’의 발음이 쉽지 않기 때문인지 ‘웅큼’이라고 쓰는 경우를 자주 보는데 이는 잘못된 표현이다. ‘움큼’은 ‘손으로 한 줌 움켜쥘 만한 분량을 세는 단위’를 나타내는 말로 ‘아이가 과자를 한 움큼 집었다’와 같이 쓸 수 있다. 근거는 없지만 ‘움켜쥘 만큼’이 줄어서 ‘움큼’이 된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도 해본다.
우리말이 살아있다는 느낌을 받을 때가 있다. 단어를 소리 내는 것만으로 신기하게도 모양이나 소리, 느낌까지 그대로 연상이 될 때다. ‘한소끔’과 ‘한 움큼’도 나에게는 그런 말 중의 하나이다.
임수민 KBS 아나운서실 한국연구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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