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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정통(本町通)
광복하고 70년이지만 일제의 잔재가 지명 곳곳에 여전히 남아 있다는 방송 뉴스를 며칠 전 접했다. 서울의 현재 지명인 ‘낙원동’과 ‘계동’이 그것으로, 본래 ‘탑동’과 ‘계생동’으로 불리던 것이 일제에 의해 왜곡되었다는 것이다. 그러고 보니 1980년대 중반 내가 3년간 살았던 청주의 ‘본정통’도 그런 지명 가운데 하나이다.
‘본정통(本町通ㆍ혼마치도리)’은 일본 사람들이 일반적인 도로 명칭으로 널리 쓰는 것 가운데 하나이다. ‘본정(本町)’은 ‘한 도시의 중심이 되는 거리’를, ‘통(通)’은 ‘길’을 뜻한다. 즉 ‘본정통’은 ‘도시 중심가의 길’을 가리킨다. 일본에서는 지금도 ‘도시 중심가의 길’을 가리켜 ‘본정통’이라 한다. 오사카, 교토 등의 도시에서 ‘본정통’이라는 지명은 흔하게 볼 수 있다.
일제 강점기 때 서울, 부산, 청주, 군산 등의 도시에서 가장 번화한 거리를 가리켜 ‘본정통’이라 했다. 청주의 ‘본정통’은 본래 ‘성안길’이었는데, 일제에 의해 ‘본정통’으로 불리게 되었다. 그러다가 1990년대 지역 언론과 시민 단체의 노력으로 본래의 지명인 ‘성안길’로 복원되었다.
그럼에도 나와 같은 40대 이상의 사람들에게는 아직 ‘성안길’보다는 ‘본정통’이 더 자연스럽다. 어릴 적부터 줄곧 ‘본정통’으로 불러 왔고, 그곳에서 보낸 젊은 시절의 추억이 그 이름과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가 되어 버렸기 때문이리라! 이처럼 지명 하나 바꾸어 쓰는 것조차 쉬운 일이 아니다. 일제 잔재가 우리의 언어생활에 영향을 끼치고 있다. 광복절을 맞아 우리의 아픈 과거가 반복되지 않기를, 그로 인해 우리의 언어생활이 또다시 왜곡되지 않기를 바라 본다.
박용찬 대구대 국어교육과 조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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