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괴담’ 되돌려주기
이상야릇한 이야기. 비슷한 말로 ‘유언비어’, ‘뜬소문’, ‘가짜뉴스’, ‘허위사실’이 있다. ‘괴담’은 언제나 있었다. 1914년 8월1일 매일신보엔 ‘경성의 도깨비 이것 무엇인가’라는 제목의 기사가 실렸는데, 그 한 대목을 읽어볼작시면 이렇더라. “매일 밤 열한시나 자정이면 광희문 밖 정류장에 어떤 젊은 여성 하나가 괴이한 행동으로 차에 올라탔다가 차장이 돈을 받으려고 하면 갑자기 사라진다고 한다. 그는 서양식 여학생 복장을 하고 있고 늘 청량교 정류장에 내렸다. 하루도 빠짐없이 광희문 밖에서 타고 청량교에서 내리는 일이 하도 괴이하여 차장들 사이에서 도깨비장난이라는 말이 낭자하다.”(신출귀몰하는 상습 무임승차자였나 보군.)
시인 김지하는 1972년 ‘창조’ 4월호에 ‘비어’(蜚語)(맥주, 아니다)를 발표한다. “지치고 처지고 주리고 병들고 미쳐서 어느 날 노을 진 저녁때 두 발을 땅에다 털퍼덕 딛고서 눈깔이 뒤집혀 한다는 소리가 ‘에잇 개같은 세상!’ 이 소리가 입 밖에 떨어지기가 무섭게 철커덕 쇠고랑이 안도(安道)놈 두 손에 대번에 채워지고 질질질 끌려서 곧장 재판소로 가는구나. 땅땅땅― 무슨 죄던고? 두 발로 땅을 딛고 아가리로 유언비어를 뱉어낸 죄올시다. 호호 큰 죄로다.”(시인은 체포된다. 박정희는 ‘유언비어를 날조, 유포하는 일체의 행위를 금한다’는 긴급조치를 내린다.)
항간에 떠도는 괴담이 있다. “녹아내린 핵연료와 뒤섞인 물을 바다에 아무리 갖다버려도, 어머니 품처럼 넓디넓은 바다는 모든 걸 정화해 주니 아무 문제가 없다.”
괴담은 불안과 불만에서 나온다. 어두운 골목에서 피어오른다. 그런데 요즘엔 권력자와 엘리트들의 입에서 나온다. 그들은 무엇이 불안하고 무엇에 불만인 걸까.
김진해 | 한겨레말글연구소 연구위원·경희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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