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 위시 아파트
이런저런 일로 누군가 내 주소를 물어볼 때는 곤혹스럽다. 현재 살고 있는 아파트 이름이 ‘아이 위시(I-Wish)’인데, 내 대답에도 불구하고 열에 여덟 아홉은 그 이름을 되물어 보기 때문이다. 자주 겪는 일이라서 내 영어 발음이 시원찮아 그런가 하는 생각이 들 때도 있다. 물론 그렇기도 하지만 그보다는 대개의 예상과 달리 아파트 이름에 영어 단어도 아닌, 영어 문장이 들어가 있어서다.
오래 전부터 아파트 건설사들은 아파트 브랜드 인지도를 높이기 위해 아파트 이름을 영어식으로 지어 왔다. 우리말보다 영어 및 외국어가 더 고급스러워 보인다 생각하기 때문일 것이다. 현재 우리의 언어 의식을 반영하여 그런 것이니 이는 어쩔 수 없는 일이라는 생각이 든다.
그런데 우리 아파트는 편의시설 대부분도 영어로 안내하고 있다. 주차장은 ‘파킹(Parking)’으로, 지하 주차장으로 들어가고 나오는 방향을 각각 ‘인(in)’과 ‘아웃(out)’으로 표시하고 있는 것이다. 급하게 휘어진 통로에는 들어가고 나오는 차량의 안전을 위해 ‘슬로(slow)’로 서행 안내를 하고 있다. 비상구 표시는 두 말할 나위도 없이 ‘엑시트(Exit)’이다. 게다가 이 모든 영어는 알파벳만 적혀 있다.
우리 아파트는 외국인 전용 아파트가 절대 아니다. 그럼에도 아파트 이름뿐만 아니라 아파트 내 편의 시설 표시가 영어로 적혀 있다. 대외적 성격을 갖는 아파트 이름이야 그럴 수 있다 쳐도 아파트 내 편의 시설은 거주자의 편익을 우선으로 안내해야 하지 않을까? 유치원 때부터 영어를 배우는 시대가 되긴 했지만 모든 사람들이 영어에 친숙한 건 아니다. 우리의 영어 사랑은 도를 넘었다.
박용찬 대구대 국어교육과 조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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