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녀사냥
말로 정치적 공방을 정신없이 하다 보면 자신이 지금 무슨 소리를 하고 있는지 정리가 안 되는 경우가 많은가 보다. 집권층에 쏟아지는 비판과 비난에 다급한 몇몇 사람들이 ‘마녀사냥’이라는 말을 입에 올린다. 그런데 과연 마녀사냥이란 말이 지금 펼쳐지는 상황을 적절하게 비유한 것일까?
‘마녀사냥’은 유럽의 중세기 막판에 벌어진 종교적 광기였으며 그 비이성적인 작태가 실로 엽기적인 수준이었다. 짐승도 차마 못할 짓을 인간이 저질렀으니 그 과정과 결과를 두고두고 역사적으로 기억해야 한다. 더구나 그 피해자 대부분이 당시엔 사회적 주체로 제대로 인정 못 받던 여성들이었다는 점에서 오늘날에도 또 다른 약자들이 외면받지는 않는지 교훈 삼아야 한다.
‘마녀사냥’이라는 단어로 우리의 정치 담론을 비유한다면 ‘현 집권층에 대한 분노 표현’보다는 단연코 ‘종북몰이’가 이에 해당한다. ‘마녀사냥’처럼 ‘종북몰이’도 불확실한 개념을 근거로 소수의견이나 정치적 약자들, 또 이들을 대변하는 지식인들을 도맷금으로 범죄화했다. 그 점에서 중세 말기의 마녀사냥과 별로 다를 바 없다. 그런데 지금의 정부 비판을 마녀사냥이라며 분개하는 이들이 사실상 종북몰이를 즐겼던 정파의 사람들, 혹은 그들과 한편에 섰던 사람들이란 것이 참 희한한 일 아닌가?
명료하지 못한 개념을 함부로 사용하면 스스로 발등 찍는 말을 하기 쉽다. 이것을 자가당착이라 한다. 말을 이성적으로 제어하지 않아 생기는 현상이다. 또 그동안 의미와 가치를 깊이 생각하지 않고 마구잡이 정책과 발언을 해왔다는 증거이기도 하다. 하루빨리 책임질 사람은 책임을 지고 정치의 언어를 이성의 언어로 혁신해야 한다. 그리고 우리도 이 같은 담론 공방을 잘 기록하여 길이길이 후세에 교훈으로 남겨야 한다.
김하수/한겨레말글연구소 연구위원·전 연세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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