띄어쓰기 특례
‘특례’라는 말이 있다. 그저 ‘특이한 사례’라는 뜻에 지나지 않지만 우리의 마음에는 ‘부당한 이익’에 대한 의심도 있다. 그래서 대학 입학의 특례라든지 병역의 특례라고 한다면 누군가가 부당한 이익을 본다고 판단하고 부러워하기도 하고 분노하기도 한다.
달리, 맞춤법의 특례를 찾아보자. 맞춤법에서의 특례는 다행히 그리 부럽지도 화가 나지도 않는다. 더구나 띄어쓰기는 좀 틀려도 그리 창피하지도 않게 생각한다. 그러다 보니 ‘해 주다’라든지 ‘던져 버리다’의 뒷부분을 이루는 보조용언은 아예 “띄어 쓰는 것을 원칙으로 하되 경우에 따라 붙여 씀도 허용한다”고 융통성 있게 규정했다.
맞춤법의 총칙에 의하면 대명사인 ‘우리’와 보통명사인 ‘말/글’이나 ‘나라’의 사이를 띄는 것이 맞다. 그러나 하나의 특례처럼 ‘우리말’과 ‘우리나라’를 ‘한국어’와 ‘한국’이라는 뜻으로 붙여서 고유명사처럼 쓴다. 워낙 빈도가 높기도 하지만 또 한편 우리의 것에 대한 특별한 표기를 강조했음도 숨길 수 없다.
그러나 이미 한국어 자체가 꼭 한국인만의 언어라고 말하기도 거북스러울 만큼 외국인들이 많이 배운다. 만일 한국어에 익숙한 일본인이나 미국인이 ‘우리나라’, ‘우리말’이라는 단어를 사용한다면 그것은 분명히 한국이나 한국어가 아닐 것이다. 그들의 ‘우리 말’은 일본어나 영어일 가능성이 크다.
한국어를 위한 맞춤법인데 한국에 대한 부분에 특례를 둔 것이 무슨 잘못이냐는 반론도 가능하지만 국경을 넘어 널리 알려진 언어는 원어민만의 배타적인 성격보다는 열린 규칙으로 만인을 편하게 하는 것이 더 낫다. 한국어는 이제 그리 낯설지 않은 언어이다. 이제는 특수성을 넘어선 보편성이 더 필요하다고 본다.
김하수/한겨레말글연구소 연구위원·전 연세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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