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적인 말하기
어떤 모임에 가보면 사회자의 첫인사가 “이렇게 많이 와 주셔서 감사하구요, 곧이어 회장님의 개회사가 있겠습니다.”라는 식으로 표현하는 경우를 자주 보게 된다. ‘-요’라는 어미는 존대의 기능을 하는 것이고, 감사하다는 말과 개회사가 있겠다는 말이 ‘-고’라는 연결어미를 통해 이어진 것이다.
‘-고’라는 어미가 무척 다양한 쓰임새를 가지고 있기는 하지만 이런 식의 표현은 매우 기이하다. ‘-고’로 두 홑문장을 연결하려면 그 두 서술어 사이에 일정한 의미 관계 혹은 기능 관계가 있어야 한다. 동작의 순서이든지, 수단이나 상태를 가리키든지 하는 것을 말한다. 그런데 ‘감사하다’와 ‘개회사가 있겠다’의 경우는 그러한 관계가 안 나타난다. 흔히 ‘반갑구요’라든지 ‘죄송하구요’와 같은 말들이 이런 현상을 이끌어낸다.
‘감사하다’나 ‘반갑다’가 이런 식으로 연결되면 그 의미가 잘 살아나지 않는다. 다시 말해서 감사한 마음이 잘 전달되지 않고 그다음의 말에 희석이 되어 버린다. 미루어 생각해 보건대 사사로이 감사를 표해 본 적은 있어도 여러 사람들 앞에서, 곧 ‘낯선 공중’을 향하여 ‘공적인 감사’를 표해 본 경험이 부족한 탓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다.
사적으로는 거두절미하고 감사하다고만 해도 그리 욕될 것이 없다. 그러나 공적인 감사에는 분명한 ‘공적인 명분’을 명시해야 한다. 먼저 공적으로 왜 이런 활동이나 행위가 의미 있는 것인지를 해석해 내고 나서 그에 합당한 (감사의) 표현을 한다. 그리고 상대방의 대응을 들어야 한다. 이렇게 함으로써 이 연속 행위는 완결된 공적인 언어 사용이 된다. 그렇게 하지 못하는 것은 말하는 연습과 생각하는 연습을 병행하지 않은 탓이다. 국어 공부는 그렇기 때문에 교과서를 뛰어넘어 사회 속으로 들어가야 한다.
김하수/한겨레말글연구소 연구위원·전 연세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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