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께 감사를
감사를 드린다는 것은 남에게 도움과 은덕을 입은 사람들이 반드시 행해야 할 중요한 절차다. 남을 돕고 나서 감사를 받는 일도 무척 흐뭇하고 보람된 일인 것처럼 감사를 드리고 나면 조금이나마 마음의 빚을 갚은 듯한 느낌이 들기도 한다.
올림픽과 같은 큰 행사에서 좋은 성과를 올리는 선수들은 거의 하나같이 “국민 여러분께 감사를 …” 하며 인사를 한다. 뿌듯한 일이지만 사실 돌이켜보면 과연 그런 인사를 받아야 하는지 거북해지는 부분도 있다. 그들이 땀 흘리며 준비를 할 때는 그다지 관심을 표해 본 적이 없기 때문이다. 메달을 받은 다음에야 알려지는 일화를 통해서야 이날이 있기까지 본인과 가족의 노력과 희생이 얼마나 대단했는지를 겨우 접하게 된다. 그 기간 동안 국민들은 세금 낸 것 빼고는 인간적으로 이렇다 할 도움이나 편의 어느 것 하나 제대로 해주지 못한 것 같다. 반대로 조금이라도 실수를 하거나 메달을 놓쳤을 때의 비난과 야유가 너무 심하지 않았나 싶다. 그러니 그 감사에 마음이 편할 리가 없다.
돌이켜 생각해 보면 그들의 감사는 그저 그런 사전적인 의미의 ‘고마움’의 표시가 아닌 더 깊은 뜻과 여망이 담겨 있지 않은가 한다. 일방적인 해석이지만 그들이 표하는 감사는 진정 감사를 표할 수 있도록 평소에도 깊은 관심을 보여 달라는 애원이 담겨 있는 것은 아닐까?
올림픽 같은 데에서만 열광하며 응원했지 평소에는 중계방송조차 찾을 수 없는 종목이 얼마나 많은가. 되도록 모든 종목이 골고루 중계되고, 장애인 스포츠나 난민 스포츠조차 소외되지 않게, 국민 모두 모든 스포츠를 골고루 즐기며 후원할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들어 가는 것이 그들의 감사의 말씀에 응하는 국민의 올바른 태도가 아닌가 한다.
김하수/한겨레말글연구소 연구위원·전 연세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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