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등을 향하여
우리 표준어 총칙에 ‘현대’라고 하는 조건이 달려 있는 것은 전근대적인 가치가 반영된 어휘나 표현을 경계하고 현대적인 ‘시민사회의 기준’을 바탕으로 언어생활을 꾸려 나가려는 이상이 담겨 있다. 그러나 이후에도 사회가 계속 발전하면서 언어에도 더 혁신해야 할 부분이 새로이 나타나게 되었다.
예를 든다면 날이 갈수록 강화되는 양성평등의 이념을 꼽을 수 있다. 당연히 그 이념은 여러 면에 다양한 영향을 끼친다. 전통적인 언어에서는 여성과 아이들에 대한 표현이 그리 세련되지 못했다. 그래서 그런지 젊은 세대는 전통적 표현보다는 ‘와이프’, ‘맘’, ‘키즈’ 하면서 좀 더 색다른 감각을 반영하려는 듯한 흐름을 보이기도 한다. 그런 걸 보면 우리의 오래된 어휘도 좀 더 손질하여 후세들이 쓰기에 거부감이 덜하게 해야 하지 않을까 한다.
예로부터 일가붙이를 일컫는 말은 크게 친가, 외가, 처가로 나뉘었다. 그러나 이것은 어디까지나 남성 중심의 표현이다. 여성을 중심으로 한다면 친가와 외가에다가 ‘시댁’이란 말이 들어갈 것이다. 오로지 남편의 친가, 즉 시부모의 가족에게는 ‘-댁’이라는 한 수 높은 칭호가 따른다. 종종 ‘외가댁’이니 ‘처가댁’이니 하는 말을 쓰는 사람도 일부 있기는 하다.
우리가 앞으로의 사회변화를 적극적으로 받아들이려면 일단 주어진 현실 속에서 가장 예민한 ‘혁신의 척도’라고 할 수 있는 양성평등의 원칙을 언어에서만이라도 하나하나 관철해 나갈 필요가 있다. 그런 점에서 본다면 친족을 일컫는 표현에서 ‘-댁’이라는 접사를 붙여가며 친족 표현의 비대칭을 만들 필요는 없다. 모두 ‘친가, 외가, 처가, 시가’라고 일컫는 방식이 미래를 살아갈 자녀의 교육을 위해서라도 바람직하지 않은가 한다.
김하수/한겨레말글연구소 연구위원·전 연세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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