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부인과 내부인
한 사회의 구성원이 되면 여러 가지 문제나 사건에 참여할 권리가 생긴다. 따라서 광범위한 참여가 있을수록 기능이 왕성해지는 정치, 시장, 종교 같은 영역에서는 많은 사람의 참여를 북돋우며 길에서 전단지를 나눠주기까지 한다. 가능한 한 많은 외부인을 내부로 끌어들이려 하는 것이다.
그러나 서로의 이해관계를 조정하는 영역에서는 내부인들끼리도 매우 절도 있게 행동해야 한다. 이익과 우선권을 분배하는 과정에서는 ‘결정권자’와 ‘의뢰인’ 사이에 신뢰와 절제를 갖추며 규율과 질서를 지키는 일이 중요하고, 그러지 못할 경우에는 외부인보다 더 위험한 일을 저지르기 쉽기 때문이다.
이러한 당연한 질서가 흔들리는 모습을 최근에 자주 보게 된다. 넓은 의미의 안보 관련 대중 집회에 말씨가 다른 사람이 참석했다 해서 혹시 ‘불순’한 사람이 끼어든 것이 아닌지 오해하는 경우가 있었다. 말씨의 차이는 당면한 문제를 해결하는 데 별다른 장애가 되지 않는다. 오히려 이러한 선입관이 문제 해결을 그르친다.
또 다른 경우 지역구 공천과 관련된 일로 주고받은 통화 내용이 그 공정성에 의문을 가지게 만든 경우가 나타나기도 했다. 이것은 반대로 간여할 일과 하지 말아야 일을 구별하지 못한 경우에 해당한다. 즉 ‘외부인’으로서 개입한 것이다. 더구나 ‘형’이니 하는 호칭을 사용하여 전반적인 공식 절차가 사사로이 흘러갔음을 노골적으로 표현하고 있다. 근본 질서가 흔들린 것이다.
인간관계도 그러하지만 사회 구조와 질서 역시 한시도 흐트러지지 않고 빈틈없이 다듬어야 반듯하게 유지된다. 잠시라도 “나 하나쯤이야” 하며 방심하는 순간에 사회적 균열이 오게 되어 있다. 사회의 통합은 지도자 못지않게 개별 구성원의 태도가 매우 중요하다.
김하수/한겨레말글연구소 연구위원·전 연세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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