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의 미혹
‘최신’, ‘최고’, ‘첨단’ 등과 같은 말들은 사람을 조급하게 만든다. ‘무제한’, ‘무한 리필’과 같은 말들도 그렇다. ‘사은 행사’, ‘마지막 기회’와 같은 말도 마음이 흔들리게 한다. 이러한 표현들은 주로 시장에서 쏟아져 나온다. 이익을 추구하고 순간의 기회를 노리는 판에서 들려오는 목소리들이다.
시장과 무관해 보이는 교육이나 복지 같은 영역에서도 언어의 미혹은 널려 있다. 매우 합리적으로 보이는 유혹들이다. 대표적인 것이 ‘맞춤형’이나 ‘눈높이’ 같은 말들이다. 이런 말들은 언어 소비자들을 개별화시킨다. 자신이 ‘다수’나 ‘대중’ 혹은 어설픈 ‘평균치’ 속에 들어박힌 것이 아니라 각자의 특징과 속성이 우대받는 느낌을 준다. 그래서 더욱 유혹적이다. 이런 말의 함정은 그 ‘맞춤’과 ‘높이’의 기준이 누구를 표준으로 하고 있느냐가 불확실한 데에 있다. 마치 ‘나’가 기준인 듯한 착각을 불러일으킨다.
맞춤형 보육을 하면 모두가 만족할 줄 알았는데 갈등만 도드라졌다. 모두 자신의 사정이 기준이 아니라는 불만이다. 각자의 욕망에 맞추려면 더 많은 합리적 비용을 각오하는 것이 원칙이다. 무상 보육이라는 말로 마치 진짜 공짜인 듯이 해놓고는 맞춤형이라는 유혹으로 차등화를 하려다가 사달이 난 것이다.
교육과 복지는 일반적인 서비스 상품과 매우 비슷해 보이지만 사실은 절대로 동일시할 수 없는 성격이 있다. 사람들의 품위와 자존심 그리고 하나의 공동체에 속한다는 귀속감 등과 뗄 수 없는 깊은 관계를 가진다. 그래서 교육과 복지는 함부로 개별화시킬 것이 아니다. 함께, 보편적으로, 모두가 같이 누리게 하는 것이 중요하다. 그렇게 하지 않으려 꾀를 쓰다 보면 말부터 꼬이게 된다.
김하수/한겨레말글연구소 연구위원·전 연세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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