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인들의 말
선거가 막바지로 치달으며 전망이 불확실해지자 거대 정당들의 주력부대가 이런저런 아쉬운 지역을 다니며 ‘사과’와 ‘반성’을 외치면서 열심히 조아린다. 그것을 유권자들은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까?
사과를 조심해서 받아야 하는 이유는 사과를 수용함과 동시에 그가 저지른 행위는 면소 처분이 되기 때문이다. 법적 용어로는 기소중지가 된다. 그리고 바로 그 행위를 또다시 문제 삼기가 무척 곤혹스러워진다. 다시 사과를 받으려면 과오가 추가로 발견되거나, 사과의 절차나 표현에 문제가 있을 때에나 가능하다.
사과를 영리하게 받아들이려면 확실한 ‘재발 방지’를 보장받을 수 있어야 한다. 아니면 더 확실하게 그 사람의 ‘권리’를 담보로 잡는 것이 유용하다. 그냥 ‘인간적으로’ 덜컥 사과를 받아들이면 결국 사과를 받아낼 수 있었던 그 ‘힘’은 사라지고 만다. 문제는 정치인들에게 확실한 미래 약속이나 현실적인 권력 일부를 담보물로 차압하기가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올바른 유권자, 영리한 유권자들은 어떤 태도를 가져야 할까? ‘정치인의 말’만 믿어서는 안 된다. 정치인의 말은 유난히도 상황의존적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정치적으로 시시각각 새로운 상황이 전개된다. 그래서 그들의 변심을 욕만 할 수도 없다. 다른 전략이 필요하다. 유권자 중심의 전략 말이다.
유권자들에게는 정치세력들끼리 상호견제를 시키는 것이 가장 유리하다. 유권자들이 ‘이이제이’를 해야 한다는 것이다. 한쪽만 강하게 만들면 유권자들만 허약해지게 마련이다. 그리고 일단 잘못을 저지른 정치인에게는 아무리 평소에 호감을 가지고 있었다 하더라도 가장 가혹한 징벌을 내리는 것이 다시는 유권자들을 만만하게 보지 못하게 하는 지름길이다. 마음 착한 정치인을 기대하지 말고 강한 유권자가 되자. 허약한 유권자 앞에 제대로 된 민주주의는 없다.
김하수 한겨레말글연구소 연구위원·전 연세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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