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다른 이름
사람에겐 매우 다양한 이름이 있다. 본명, 별명, 아호, 필명, 예명 그리고 인터넷망의 아이디에 이르기까지 여러 가지 이름을 가지고 산다. 이런 이름 가운데 가장 흔한 것이 본명과 별명이다. 나머지는 사람에 따라 있을 수도 있고 없을 수도 있다.
공적인 이름으로도 사용되는 본명은 명명자인 부모의 꿈이 담겨 있어서 어느 정도 과장되게 마련이다. 그래서 어리석은 이의 이름에 현명할 현(賢)자가, 천하의 겁쟁이 이름에 용감할 용(勇)자가 들어가기도 한다. 반면에 별명은 현실을 적나라하게 드러내면서 본인의 특징을 여지없이 드러낸다. 그래서 사람의 별명을 보면 그의 됨됨이를 눈치챌 수 있다. 종종 ‘구두쇠’나 ‘대쪽’, ‘책버러지’ 같은 별명은 해석하기에 따라 칭찬 못지않은 별명이 되기도 한다.
선생님들 가운데 초등학교와 대학에서 가르치는 사람들은 별명이 별로 없다. 초등학생은 선생님을 어려워하기 때문이요, 대학생들은 교수들한테 별로 인간적인 관심이 없기 때문이다. 그러나 사춘기 학생들을 가르치는 중고등학교 선생님들은 대개 짓궂은 별명을 얻는다. 사제관계가 가장 끈끈한 시절이기 때문이다. 엄격한 선생님은 그 엄격함 때문에, 다정한 선생님은 그 다정함 때문에 별명이 생긴다.
별명과 비슷한 성격을 가지고 있는 것이 이른바 브랜드 네임이라는 또 다른 이름이다. 상표명하고는 차이가 있다. 이것은 누가 이름을 짓든지 남들이 기꺼이 호응해 주어야 하는 관계에서 성취되는 명명이다. 그래서 그 이름의 음성과 의미에 대한 공감이 있어야 가치가 살아난다.
혼자 지은 멋 부리는 이름은 자칫 허황되게 들리기 쉽다. 자신의 바람과 꿈도 있어야겠지만, 자신과 끈끈한 관계의 남들의 현실 인식도 반영되어야 한다. 그리고 지속가능한 이름이어야 한다. 책임자가 갈릴 때마다 바꿀 이름이라면 그런 이름 짓느라 고생하며 비용을 치를 필요가 없다.
김하수 한겨레말글연구소 연구위원·전 연세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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