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CTV
시시티브이(CCTV)의 역사는 2차 세계대전이 한창이던 1942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독일이 V2로켓 발사대에 설치한 것이 시초이기 때문이다. 로켓 발사대 안처럼 사람이 직접 지켜볼 수 없는 곳을 보기 위해 고안한 시시티브이는 미국에 건너가 용도가 추가되었다. 1973년 뉴욕 경찰이 범죄 감시를 위해 타임스스퀘어에 설치한 것이다. 우리나라에 본격적인 시시티브이 시대가 열린 때는 서울 주요 교차로 12곳에 설치해 교통관제센터를 운영하기 시작한 1971년이다.
우리나라에 시시티브이가 급증한 것은 21세기 이후의 일이다. 1988년 잠실 주경기장에 설치된 카메라는 불과(?) 24대였고, 잠수교에 수위 감시용 카메라가 설치된 때는 1991년이었다. 사설 독서실에 설치된 카메라 때문에 학생 인권을 두고 논란이 일기도 했던 1992년과 지금은 사뭇 다른 세상이 되었다. ‘학교폭력 근절을 위해 시시티브이를 증설해야’ 하고, 서울시민이 지하철역에서 집까지 511m를 걷는 3분 동안 20차례, 9초에 1번꼴로 카메라에 찍히는(국가인권위원회, 2010년) 세상인 것이다.
‘시시티브이’의 표기는 여러 형태로 드러난다. ‘폐쇄회로 텔레비전’은 영어 CC(Closed Circuit)를 직역한 것이다. 괄호 안에 한글을 넣기도 하고, 아예 영어로만 쓰는 경우도 있다. <한겨레>는 ‘폐회로텔레비전’으로 표현한다. 표준국어대사전이 제시한 말이기 때문일 것이다. 쓸모의 뜻을 담은 ‘감시카메라’도 널리 쓰이고, 관공서에서는 ‘영상정보처리기기’라 하기도 한다. ‘모두가 함께하는 우리말다듬기(2009년 3월)’에서 국립국어원이 내놓은 ‘상황관찰기’는 거의 쓰이지 않는다. ‘시시티브이’를 잘못 쓰는 경우도 있다. ‘아파트 CCTV를 분석…’(ㄷ일보), ‘CCTV를 확보해 분석하고…’(ㅅ방송)가 그런 경우이다. ‘CCTV 자료(화면)를 분석…’해야 앞뒤가 맞는다. ‘분석 대상’은 카메라·텔레비전이 아닌 촬영된 자료(화면)이기 때문이다.
강재형/미디어언어연구소장·아나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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