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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말바루기] 고육지책, 궁여지책
오나라 장수 황개가 작전회의 때 총사령관인 주유를 욕보이는 척하자 주유는 그를 군령으로 다스린다. 곤장 100대를 치게 해 살이 찢기고 까무러치기까지 한 황개가 조조 진영에 투항하는 척하며 기름과 유황을 실은 배로 조조의 대함대를 불태워 버린다. 삼국지 적벽대전에 나오는 ‘고육지계’ 이야기다.
‘고육지책(苦肉之策)’이란 자기 몸을 상해 가면서까지 꾸며 내는 계책이라는 뜻으로, 어려운 상태를 벗어나기 위해 어쩔 수 없이 꾸며 내는 계책을 이르는 말이다. ‘고육계, 고육지계, 고육책’ 등이 다 같은 말이다.
“러시아 중앙은행이 자본이탈 방지를 위한 고육지책으로 리파이낸싱 금리를 또다시 인상했다”에서 쓰인 ‘고육지책’은 적절하게 사용한 말이 아니다. 이런 경우 ‘궁한 나머지 생각다 못해 짜낸 계책’이라는 의미인 ‘궁여지책(窮餘之策)’이나 ‘대책’ 등을 써야 한다. “아나운서들의 프로그램 투입은 IMF사태에 버금가는 경제위기 속에서 방송사의 궁여지책에 가까운 선택이다” “정부가 도시환경을 개선하기 위해 궁여지책으로 내놓은 각종 법안은 이런 식이다”처럼 쓸 수 있다. 어려운 한자말보다는 누구나 알아듣기 쉬운 우리말을 쓰는 게 더 낫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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