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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말바루기] '숫'을 쓰는 동물
곤줄박이 한 마리가 방금 울고 갔다. 마치 우주가 정지되기라도 한 듯 아파트 단지에 침묵이 흐른다. 가공되지 않은 자연, 생명체의 태동에 생각이 머물렀다. 접두어 ‘숫-’이 떠올랐다.
“숫총각 돌쇠가 장가를 간다”와 “숫염소 한 마리가 풀을 뜯고 있다”에 보이는 ‘숫총각’과 ‘숫염소’. 두 문장에 나온 ‘숫-’이 어감상 성(性)적으로 모두 남성을 띠지만 좀 더 살피니 그 의미가 간단치 않다.
‘숫총각’의 ‘숫-’은 주로 생명이 들어 있는 명사 앞에 붙어 다른 것이 섞이거나 더럽혀지지 않은, 본래 생긴 그대로임을 강조할 때 사용한다. 경우에 따라 무정물의 명사에 생명의 기운을 불어넣기도 한다. ‘숫처녀·숫사람·숫백성·숫눈’ 등에서 볼 수 있다. 이때 ‘숫-’의 의미는 ‘처음의, 본디의’ 또는 ‘깨끗하다·순수하다’로 풀면 쉽게 이해된다.
이에 반해 ‘숫염소’의 ‘숫(수)-’은 새끼를 배지 않는 수컷임을 표시할 때 사용한다. ‘수꿩·수소·수캐·수탉·수퇘지·수평아리’처럼 대부분의 경우 ‘수-’를 쓰지만 ‘숫염소·숫양·숫쥐’만은 ‘숫-’을 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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