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말바루기] 잇달다, 잇따르다
화성 연쇄 살인 사건처럼 범죄나 어떤 사건이 연속적으로 일어나는 것을 표현할 때 '잇달다'를 사용해야 할지 '잇따르다'를 써야 할지 잘 모르겠다는 이가 많다. 강도를 당하는 일이 연달아 발생했다면 '잇따른 강도 사건' '잇단 강도 사건' 중 어떤 걸 써야 할까? 미리 답을 말하면 이 경우는 둘 다 옳다.
'잇따르다'는 "돈을 실은 차 뒤에는 무장한 경호 차량이 잇따랐다"처럼 '움직이는 물체가 다른 물체의 뒤를 이어 따르다'라는 뜻으로 쓰이거나 '선거 패배 후 의원들의 탈당이 잇따랐다'처럼 '어떤 사건이나 행동 따위가 이어 발생하다'라는 뜻으로 쓰인다. '잇달다'는 목적어가 따르는 경우(타동사)와 그렇지 않은 경우(자동사)로 나눌 수 있다. 타동사로 쓰일 때는 "객차에 객차를 잇단 기차가 뱀처럼 스르르 역으로 미끄러져 들어왔다"에서 보듯 '일정한 모양이 있는 사물을 다른 사물에 이어서 달다'라는 뜻을 지닌다. 자동사로 쓰이는 '잇달다'는 '잇따르다'와 의미가 같다. 문두의 '잇단 강도 사건'은 자동사로 쓰인 것이다.
'잇따르다'와 자동사 '잇달다'는 서로 넘나들어 사용할 수 있지만 '-는'이나 '-ㄴ다' '-고 있다'와 결합할 때는 '잇따르는 경사/잇다는 경사' '경사가 잇따른다/경사가 잇단다' '경사가 잇따르고 있다/ 경사가 잇달고 있다'에서 알 수 있듯 '잇달다'보다는 '잇따르다' 를 쓰는 것이 자연스럽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