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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말 바루기] 바람피다 걸리면?
얼마 전 한 영화 사이트가 실시한 설문조사에서 '팜므 파탈'(악녀.요부를 뜻하는 말)의 대명사로 불리는 국내 여자 연예인으로 '바람피기 좋은 날'에서 열연한 김혜수가 뽑혔다. 이 영화의 제목 '바람피기 좋은 날'은 '바람피우기 좋은 날'이 맞는 말이다. "결혼생활 중 바람피다 발각됐을 경우 남성은 평소보다 더 당당한 태도를 보이는 반면 여성은 강하게 부인하는 반응을 보이는 것으로 조사됐다"처럼 '바람피다'는 말이 흔히 쓰이고 있으나 '바람피우다'고 해야 한다.
'피다'는 "철쭉이 피었다" "아이는 얼굴이 피고 살이 올랐다" "소나기가 오려는지 먹구름이 피었다" "사업이 잘 돼 형편이 좀 피었다" "웃음꽃이 피었다" 등처럼 '꽃봉오리가 벌어지다' '혈색이 좋아지다' '구름이나 연기가 커지다' '수입이 늘다' '웃음이나 미소가 겉으로 나타나다' 등 여러 가지 뜻으로 쓰인다. '피우다'는 '피다'의 사동사로도 기능을 하지만 일부 명사와 함께 쓰여 그 명사가 뜻하는 행동이나 태도를 나타낸다. '재롱을 피우다' '어리광을 피우다' '게으름을 피우다' '담배를 피우다' 등과 같이 사용된다.
'바람' 역시 그 명사가 뜻하는 행동이나 태도를 나타낸다는 점에서 '피다'가 아니라 '피우다'와 결합해 '바람피우다'가 된다. 따라서 '바람피기 좋은 날'은 '바람피우기 좋은 날'이라고 해야 한다. 바람을 피우는 것과 관련해서는 이른 나이에 하는 외도를 뜻하는 '일바람'이 있다. 한편 북한에서는 '바람피우다'가 '허황된 짓을 자꾸 하다'는 뜻으로 쓰인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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