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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말 바루기] 거꾸로 가는 지자체
곱창볶음, 순두부, 뼈다귀 감자탕-. 이들 가게 이름을 영어로 어떻게 표기해야 할까. 주거니 받거니, 지글지글 보글보글, 섬마을 밀밭집, 맑은 바닷가의 나루터 등 아름다운 순 우리말 가게 이름들은 또 영어로 어떻게 적어야 할까.
서울 노원구 상업지역에서는 앞으로 이들 가게 간판에 반드시 외국어를 함께 표기해야 한다. 노원구가 이달부터 관내 주요 상업지역에 옥외 광고물을 설치할 때는 영어를 병기하도록 고시를 통해 의무화했기 때문이다. 노원구는 '옥외광고물 등의 외국어표기 병기 특정구역 지정 및 표시제한 고시'에서 8월 개교 예정인 아시아 퍼시픽 외국인 학교 주변 1㎞, 노원역 롯데백화점 주변 1.3㎞를 간판 이름 외국어 표기 의무지역으로 지정했다. 또 동일로 8㎞, 7개 대학 주변 등을 외국어 표기 권장지역으로 고시했다. 이에 대해 한글단체는 "불과 250명의 외국인 학생을 위해 63만 노원구민이 영어 간판으로 치장된 거리를 다니게 하는 것은 전형적인 사대주의 행정"이라며 "이러한 행정조치가 노원구를 국적 불명의 도시로 보이게 할 것"이라는 성명을 냈다. 구청 홈페이지에는 이를 비난하는 글이 이어지고 있으며, 굳이 돈을 들여 간판을 교체해야 하느냐는 상인들의 볼멘소리도 올라 있다.
영어를 표기하든 말든 업주들이 필요에 따라 알아서 할 일이다. 행정기관의 정책은 우리의 정체성이 훼손되지 않도록 한글을 장려하는 쪽이어야 한다. 노원구는 외국인이 많이 찾는 인사동과 안동 하회마을 등에 오히려 아름다운 우리말 간판이 즐비한 이유를 되새겨볼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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