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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말 바루기] 진력나다, 진력내다
한 장군이 자기 병졸 가운데 공처가가 얼마나 많은지 보려고 "아내가 무서운 자는 붉은 기 아래, 그렇지 않은 자는 푸른 기 아래 서라"고 하자 10만 대군 가운데 단 한 사내가 푸른 기를 지켰는데, 그 까닭이 "마누라가 사람 많은 곳엔 가지 말라고 했기 때문"이란다. 유몽인이 지은 '어우야담'에 나오는 이야기다. 글이 비록 길다 하더라도 이런 재미있는 이야기로 계속된다면 읽는 사람이 진력내지 않고 빨려 들어갈 것이다.
'진력(盡力)'은 '있는 힘을 다함. 또는 낼 수 있는 모든 힘'이란 뜻이다. 이 '진력'에 '-하다'가 붙으면 '있는 힘을 다하다'는 뜻의 동사가 된다. "그는 일생을 아프리카에서 전도 사업에 진력했다" "국회는 회기 내 국민연금법안, 사학법안, 로스쿨법안 등 주요 쟁점 법안을 처리하는 데 진력해야 한다"처럼 사용된다.
이 '진력'에 '-나다'와 '-내다'가 붙으면 다른 뜻이 된다. '진력나다'는 '오랫동안 또는 여러 번 해 힘이 다 빠지고 싫증이 나다', '진력내다'는 '오랫동안 또는 여러 번 해 싫증을 내다'의 뜻이다. "이 정도의 가벼운 시달림에는 나도 이젠 숙달돼 진력날 것도 없다" "마누라의 계속되는 잔소리에 남편은 서서히 진력내기 시작했다"와 같이 쓰인다.
과거에는 이런 의미로 '질력나다[내다]'가 사용됐으나 지금은 '진력나다[내다]'가 바른 말이다. 비슷한 뜻의 말로는 '질리다' '신물(이) 나다' '넌더리(가) 나다'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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