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벽과 담
"벽을 허물어라." GE를 세계 최고의 기업으로 성장시킨 잭 웰치는 구성원 간 원활한 의사소통을 경영의 중요한 덕목으로 꼽았다. 의사 전달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으면 조직 내 갈등이 커지고 정보의 흐름이 끊겨 기업 경쟁력이 약해질 수밖에 없다고 본 그는 벽 없는 조직을 만드는 데 심혈을 기울였다. 웰치가 추구했던 "벽 없는 조직"이란 말을 "담 없는 조직"으로 바꿔도 의미가 통할까? '담'은 '벽'과 달리 비유적인 뜻으로 사용하기는 힘들다. '벽'은 집이나 방을 빙 둘러 가며 막은 것, '담'은 집의 둘레나 일정한 공간을 둘러막기 위해 흙.벽돌 등을 쌓아 올린 것으로 일상생활에서 비슷한 의미로 쓰이고 있다. 그러나 '벽'은 건물 내부의 공간을 나누기 위해 쌓아 놓은 것을 가리킬 때, '담'은 건물 주위를 일정한 간격을 두고 막아 다른 건물이나 길과 구분하는 것을 이를 때 주로 사용한다는 점에서 차이가 난다.
"아파트 개조 공사 전에 거실과 방 등을 구분 짓기 위해 만든 벽인지, 구조물의 하중을 견디기 위해 만든 벽인지부터 점검해야 한다"에서처럼 건물 자체의 공간을 나누기 위해 쌓은 건조물이란 뜻으로는 '담'을 쓰기 어렵다.
"정보기술 업계에선 매출 1000억 달러가 마의 벽으로 불린다" "기업의 규모가 커지며 나타나는 전형적 증상 중 하나가 조직 내 높은 벽이 생기는 것이다"와 같이 극복하기 어려운 한계나 장애, 관계나 교류의 단절을 비유적으로 이를 때 역시 '벽' 대신 '담'을 쓰면 어색한 문장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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