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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시기
최근 '거시기'가 표준어냐 아니냐를 놓고 논란이 인 적이 있다. 결국 표준어라고 판정이 났지만(표준어 규정 제4항에 당당히 표준어로 예시되어 있음), 뭔가 개운치 않은 뒷맛을 남기고 있다. 표준어라는 판정에도 불구하고 많은 사람은 여전히 이 말이 방언이 아닌가 의심하고 있다. 충분히 이유 있는 의심이다. '거시기'는 '교양 있는 사람들이 두루 쓰는 현대 서울말'(표준어 사정 원칙 제1장 제1항)이라고 보기 어렵기 때문이다. 실제로 이 말은 호남 지역에서나 주로 들을 수 있다. 말하자면, '거시기'는 원칙대로 사정되지 않았다고 할 수 있다. 이는 충분한 언어 현실 조사 없이 사정이 이뤄진 결과이다. 이런 문제가 어디 '거시기'에 국한되겠는가? '시방(時方:지금), 짱짱하다(팽팽하다/튼튼하다), 식겁하다(질겁하다), 짠하다(가엾다)' 등은 국어사전에 표준어로 올라 있음에도 불구하고 어딘지 방언의 혐의가 짙어 보인다. 이렇듯 치밀성이 결여된 표준어 사정도 문제지만, 표준어는 맞는 말이고 방언은 틀린 말이라는 일반인의 인식이 더 큰 문제다. 이것은 표준어 제도가 가져온 커다란 폐해이다. '거시기'가 설사 방언이라 할지라도 틀린 말이거나 열등한 말이 결코 아니다. 방언도 훌륭한 우리말 자산이다. 방언에는 우리말의 역사가 아로새겨져 있을 뿐 아니라, 언어의 역동성과 다양성이 살아 숨 쉬고 있다. 다만, 방언은 지역어이기 때문에 극히 규범적인 말이나 글에서는 쓰기 어렵다는 한계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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