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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기, 전기, 기회
"발에는 날개가 달려 있어 순식간에 사라져 버리고, 앞머리는 더부룩해 누구나 쉽게 잡을 수 있지만 지나간 뒤엔 다시는 붙잡을 수 없도록 뒤통수는 대머리를 하고 있습니다." 고대 그리스의 조각가 리시포스는 이런 모양의 동상을 만들어 '기회'라고 이름 붙였다고 한다. 어떠한 일을 하는 데 적절한 시기나 경우를 가리키는 말인 기회(機會)는 삶의 변화를 이끌기도 하고 인생의 전환점이 되기도 한다. 이를 달리 '계기'나 '전기'라는 말로도 표현할 수 있는데 그 쓰임새는 다소 차이가 있다.
'계기(契機)'는 어떤 일이 일어나거나 변화하도록 만드는 결정적 원인이나 기회를 일컫는다. "한.일 월드컵을 계기로 국내 선수들의 해외 진출이 활발해졌다" "한국계 미식축구 선수인 하인스 워드의 성공담은 한국 사회에 뿌리 깊은 인종 편견을 반성하는 계기를 만들어 줬다"처럼 사용한다.
'전기(轉機)'는 전환점이 되는 시기나 기회를 이르는 말로 "허정무 감독에게 발탁돼 이름을 알리기 시작한 박지성 선수는 2001년 거스 히딩크를 만나 축구 인생의 전기를 맞이한다" "월드컵 공동 개최 이후 한국과 일본 간 문화.스포츠 등 민간 교류에 새로운 전기가 마련됐다"와 같이 쓰인다.
두 단어 모두 기회라는 의미를 품고 있지만 '계기'는 어떤 것을 움직이고 결정하는 원인에, '전기'는 다른 방향이나 상태로 바뀌는 시기에 주안점을 두고 쓰인다는 점에서 차이가 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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