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합사, 분사
일본 야스쿠니(靖國) 신사는 전쟁에서 숨진 사람들의 위패를 모아 놓고 제사 지내는 곳이다. 240여만 명의 전사자 중 대다수는 태평양전쟁에서 희생된 사람들로, 이들을 신격화함으로써 군국주의의 상징이 되고 있다. 야스쿠니 신사 얘기가 나올 때 으레 등장하는 단어가 '합사'나 '분사'다. "A급 전범이 합사돼 있다" "한국인과 대만인도 합사돼 있다" "유족의 의사에 관계없이 합사돼 있다" "민간인 위패를 분사해야 한다" 등이 그것이다. 대부분 '합사'나 '분사'를 함께 안치하거나 분리 안치한다는 뜻으로 쓰고 있다. 그러나 모두 어울리지 않는 말이다. '합사(合祀)'는 둘 이상의 혼령을 한곳에 모아 제사 지내는 것, '분사(分祀)'는 분리해 제사 지내는 것을 뜻한다.
신사는 영령을 모아 놓고 제사 지내는 곳이므로 합사하는 장소가 맞다. 하지만 "합사돼 있다" "위패를 분사해야 한다"는 말은 성립하지 않는다. 각각 "함께 안치돼 있다" "위패를 분리해야 한다"는 뜻으로 쓴 것임이 분명하다. 제사를 의미하는 한자어 '합사'나 '분사'의 뜻을 깊이 생각하지 않고 '합사하다' '분사하다'를 막연하게 '함께 안치하다' '분리 안치하다'는 정도로 생각하기 때문인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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