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껍질, 껍데기
'조개껍질 묶어 그녀의 목에 걸고/불가에 마주 앉아 밤새 속삭이네. ~' '조개껍질 묶어'라는 노래의 가사다. 과거 즐겨 듣던 곡이고, 야유회 등에서 자주 불렀다. 좋은 곡임에도 불구하고 이 노래는 '껍질'과 '껍데기'의 구분에 많은 혼란을 초래했다.
'껍질'은 양파·귤·사과 등의 겉을 싸고 있는 부드러운 층(켜)을, '껍데기'는 달걀·조개 등의 겉을 싸고 있는 단단한 물질을 뜻하므로 조개의 경우 '껍데기'가 맞다. 이 노래 때문에 '조개껍데기'보다 '조개껍질'이라 부르는 것이 편하고, 전체적으로 '껍질'과 '껍데기'의 차이가 잘 와 닿지 않는다. 달걀껍질·귤껍데기 등처럼 대충 편한 대로 쓰고 있다. 여행을 하다 조껍데기술에 돼지껍데기 안주로 한잔하는 경우가 있다. 맛은 좋지만 모두 맞지 않은 말이다.
조(좁쌀)는 먹을 것이 부족했던 옛날 식량으로 큰 몫을 했다. 특히 제주도에서 좁쌀 가루로 만든 떡을 '오메기떡'이라 하는데, '오메기'는 좀 오므라들게 만들었다는 데서 온 말이라고 한다. 조 껍질로 만든 술도 덩달아 '오메기술'이라 부르게 됐다. 언제부터인가 조를 갈아 만든 술을 '조껍데기술'이라 부른다. 옛날에는 조 껍질로 만들었으므로 '조껍질술'이 성립하지만 요즘은 알갱이로 만들기 때문에 이마저 어울리지 않는다. '좁쌀술'이 적당한 표현이다.
'돼지껍데기'도 '돼지껍질'이라 불러야 한다. 껍질이나 껍데기나 그게 그거 아니냐고 할지 모른다. 그러나 우리말의 풍부한 어휘를 원래 뜻에 맞게 살려 쓰는 것이 의미가 없다고 말할 수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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