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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신, 연거푸
컴퓨터가 일상화하면서 우리는 필체를 알 수 없는 시대에 살고 있다. 가까운 친구는 물론 자신의 글씨체조차 신용카드 영수증 또는 수첩에서나 확인할 수 있을 정도다. 인터넷의 발달로 편지 대신 e-메일이, 펜 대신 자판이 우리 생활 깊숙이 자리 잡았기 때문이다. 자판은 오타가 아무리 많아도 삭제키 하나만 '연신' 눌러주면 틀린 글자를 간단히 없앨 수 있다. 하나의 메시지를 수초 만에 '연거퍼' 여러 사람에게 보낼 수 있는 e-메일은 또 얼마나 편리한가. 이 편리함으로 인해 한글은 채팅용 글자와 교육용 글자가 따로 존재하는 기형아가 돼 가고 있다. 지금이라도 인터넷에서 한글 맞춤법 운동을 벌여야 하지 않을까.
위의 글에서도 맞춤법에 어긋나는 글자가 있다. 우리가 무심코 쓰는 '연신'과 '연거퍼'는 표준어가 아니다. '잇따라 자꾸, 연이어 금방'이란 뜻으로 쓰는 '연신'은 '연방'이 바른 표기다. "선거 개표 방송을 지켜보던 사람들은 초조한 듯 연방 시계를 봤다" "유세장 근처에서는 '전쟁 반대' 구호를 외치는 시위대의 함성이 연방 들려왔다" 등처럼 쓰인다.
'잇따라 여러 번 되풀이하여'라는 뜻의 '연거푸'도 앞의 모음에 이끌려, 혹은 부사형 어미로 생각해 '연거퍼'로 잘못 발음하거나 쓰는 일이 많다. '잇따라 거듭'이란 뜻의 '거푸'도 마찬가지로 '거퍼'로 사용하는 것을 자주 본다. 그러나 "예비선거에서 연거푸 1위를 기록한 그는 승리를 확신했지만 실제 투표 결과는 예상과 달랐다" "최근 기술주가 거푸 실망스러운 실적을 내놓으면서 시장에 부담이 되고 있다" 등으로 써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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