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웃긴, 웃기는
인터넷에서 영화를 소개하는 다음과 같은 글을 봤다. '시실리라는 마을에서 벌어지는 무섭고 웃긴 이야기'. 이처럼 요즘 '웃기는'을 써야 할 자리에 '웃긴'을 쓰는 사람이 많아졌다. '웃기는'과 '웃긴'에는 어떤 차이가 있을까? '웃기다'는 '웃게 만들다'라는 뜻의 동사다. '웃기는'과 '웃긴'은 둘 다 '웃기다'에서 활용한 것이지만 시제가 서로 다르다. 다음 예를 보자.
'아이에게 해열제를 먹인 후 일찍 재웠다.'
'어린애에게 약을 먹이는 일은 쉽지 않다.'
앞 문장의 '먹인'은 뒤에 오는 '후'라는 명사를 꾸미고, 뒤 문장의 '먹이는'은 '일'이라는 명사를 꾸민다. 이렇게 동사가 뒤의 명사 등을 꾸미는 관형형으로 될 때 어떤 어미가 오느냐에 따라 시제가 달라진다.
'는'이 오면 '밥을 먹는 사람' '빨리 가는 세월'에서 보듯 현재 시제를 표시한다. '은'이나 'ㄴ'을 쓰면 '밥을 먹은 사람' '빨리 간 세월'처럼 과거가 된다. 그러므로 과거 시제를 써 '웃긴 이야기'라고 하면 '과거에 누구를 웃게 만든 이야기'라는 의미가 된다. 현재 시제를 쓴 '웃기는 이야기'는 '내용이 우습거나 엉뚱해서 사람을 웃게 만드는 이야기'라는 뜻이다.
이제 처음으로 돌아가 보자. 예문이 말하려는 것은 영화의 성격과 내용이 '무섭고 우습다'라는 것이지 '과거에 누구를 웃게 한 영화'라는 것이 아님을 알 수 있다. 그러므로 여기서 '웃긴'을 쓰면 어색하다. '웃기는 이야기' 또는 '우스운 이야기'라고 해야 의도한 대로 뜻이 전달된다.
번호 | 제목 | 글쓴이 | 조회 수 | 날짜 |
---|---|---|---|---|
공지 | ∥…………………………………………………………………… 목록 | 바람의종 | 79,833 | 2006.09.16 |
공지 | 새 한글 맞춤법 표준어 일람표 | 바람의종 | 225,998 | 2007.02.18 |
공지 | 간추린 국어사 연대표 | 風磬 | 240,458 | 2006.09.09 |
3626 | 성씨(姓氏)의 장단음 | 風文 | 784 | 2024.11.08 |
3625 | 흙밥과 흙수저 | 風文 | 812 | 2024.11.08 |
3624 | 불규칙용언 (2) -시옷불규칙용언, 디귿불규칙용언 | 風文 | 699 | 2024.11.06 |
3623 | 외래어의 받침 | 風文 | 625 | 2024.11.06 |
3622 | 손글씨 | 風文 | 649 | 2024.11.04 |
3621 | 불규칙용언 (1) | 風文 | 754 | 2024.11.04 |
3620 | 받침과 대표음 | 風文 | 683 | 2024.11.01 |
3619 | 간식(間食)의 순화어 | 風文 | 675 | 2024.11.01 |
3618 | 모음조화 | 風文 | 628 | 2024.10.28 |
3617 | 관용구와 속담 | 風文 | 705 | 2024.10.28 |
3616 | 고급지다 | 風文 | 739 | 2024.10.25 |
3615 | 고유명사의 띄어쓰기 | 風文 | 727 | 2024.10.25 |
3614 | 단위명사 | 風文 | 1,301 | 2024.10.24 |
3613 | 혼밥과 혼술 | 風文 | 1,196 | 2024.10.24 |
3612 | 의존명사의 띄어쓰기 (4) | 風文 | 1,337 | 2024.10.23 |
3611 | ‘김밥’의 발음, 어떻게 할 것인가 | 風文 | 1,238 | 2024.10.23 |
3610 | 웃프다 | 風文 | 817 | 2024.10.22 |
3609 | 의존명사의 띄어쓰기 (3) | 風文 | 718 | 2024.10.22 |
3608 | 아저씨 | 風文 | 779 | 2024.10.21 |
3607 | 의존명사의 띄어쓰기 (2) | 風文 | 910 | 2024.10.21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