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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신을 쏟다
창문을 열어놓으면 매미 소리가 방 안 가득히 들어찬다. 시원하다. 도시에서는 시끄럽다고 가끔 비난받기도 하지만 이 소리가 없는 여름은 상상하고 싶지 않다. 도시에서 흔히 만나는 녀석은 말매미와 참매미다. '쌔-'하고 단조로운 소리를 내는 놈이 말매미고 '맴맴맴-맹'하고 길게 뽑는 놈이 참매미다. 매미들은 애벌레기를 땅속에서 보낸다. 암컷이 여름에 나뭇가지에 산란하면 알은 다음해 봄에 깨어난다. 애벌레는 나무 구멍에서 나와 허물을 벗고 땅으로 떨어진다. 그리고 부드러운 곳을 골라 파고들어간다. 나무뿌리가 있는 곳에 자리 잡은 녀석은 수액을 먹으며 살아간다. 참매미의 경우 5년을 땅속에서 견디고, 알에서부터 따지면 7년째 되는 해에 단단한 땅을 수액으로 부드럽게 만들어가며 파고 올라와 어른벌레가 된다. 이렇게 어렵게 어른벌레가 돼도 겨우 2주 정도 살 수 있을 뿐이다. 그 기간에 짝을 만나 다음 세대를 기를 준비를 해야 한다. 그러니 온몸을 바쳐 구애의 노래를 할 수밖에 없다. 매미만큼 절박한 일인지는 모르지만 인간들도 가끔 온몸을 던진다.
선거철이면 '열기가 달아오르면서 각 당 대표들은 혼신을 쏟는 강행군을 하고 있다'와 같은 글을 볼 수 있다. 이때의 혼신(渾身)이 바로 '온몸'이란 뜻이다. 그러면 '혼신을 쏟다'라는 게 바른 표현일까. 비유라 하더라도 온몸을 던질 수야 있겠지만 온몸을 쏟을 수는 없다. 이때는 '혼신의 힘을 쏟다' '혼신의 힘을 다하다'라고 쓰는 게 더 정확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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