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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락, 승낙
여의도에 변화의 물결이 일고 있다. 진보ㆍ보수정당 모두 너나없이 정치 개혁을 외치고 있다. 민주노동당은 "국회에 문화적 충격이 필요하다"며 아예 '국회의원 특권 폐지 운동'에 나설 방침이다. 국회의원으로서의 의무를 팽개친 채 특권을 휘두르는 것을 더는 '허락'할 수 없다는 민의의 반영이다. '허락(許諾)'은 청하는 일을 하도록 들어주는 것을 뜻한다. 비슷한 말로 '승낙(承諾)'이 있다. 이것을 '승락'으로 잘못 쓰는 사람이 많은데, '승낙'이 바른 표기다. 이는 '諾(대답할 낙)'이 허락.수락(受諾).쾌락(快諾) 등에선 '락'으로 쓰이는 데서 오는 혼동 때문이다.
그렇다면 같은 글자를 왜 '낙'으로도 쓰고 '락'으로도 쓸까? 한글 맞춤법에서는 '한자어에서 본음으로도 나고 속음으로도 나는 것은 각각 그 소리에 따라 적는다'고 규정하고 있다. '속음(俗音)'이란 한자의 음을 읽을 때 본음과는 달리 사회에서 널리 쓰는 음이다. 즉 본음은 [허낙]이지만 많은 사람이 발음하기 편리한 [허락]으로 읽기 때문에 이 현실 발음을 수용, '허락'으로 적는 것이다. 수락ㆍ쾌락도 마찬가지다. 반면 승낙은 [승낙]으로 발음되고 본음 그대로 표기하고 있다.
분노(憤怒)/희로애락(喜怒哀樂), 토론(討論)/의논(議論), 오륙십(五六十)/유월(六月), 십일(十日)/시월(十月), 팔일(八日)/초파일(初八日) 등도 같은 예다. 그러나 '匿(숨길 닉)'을 은닉(隱匿)/익명(匿名)처럼 표기하는 것은 이와 달리 두음법칙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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