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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채기
희로애락(喜怒哀樂). 인간의 온갖 감정을 일컫는 말이다. 그중에서도 분노와 슬픔은 마음에 입는 상처(傷處)에서 오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사람들과 부대끼면서 살다 보면 이래저래 상처를 입게 된다. '상처'와 비슷한 뜻으로 쓰이는 우리말은 무얼까. '오늘 아침에 면도를 하다가 턱밑에 상채기가 났다.' '새로 산 장롱을 둘이서 옮기다가 그만 상채기를 내고 말았다.' 흔히 쓰는 '상채기'는 바른말이 아니다. '생채기'로 써야 한다. '손톱 등의 가늘고 날카로운 끝에 긁히거나 할퀴어 생긴 작은 상처'를 의미한다. 한자어 '상처'의 '상'에 이끌려서 '상채기'로 쓰는 듯한데 잘못이다.
'상처가 아문 자리에 남은 흔적이나 자국'을 '상흔(傷痕)'또는 '흉터'라고 한다. '상흔'은 중립적이지만 '흉터'는 좋지 않은 어감이 있다. '생채기'와 점 하나 차이밖에 없는 '생재기'란 말이 있는데, 이는 '종이나 피륙 따위의 성한 부분. 또는 자투리가 아닌 부분'을 이르는 말이다. '내가 보기에 그것은 생재기인데 그냥 버리기엔 너무 아까운걸''다 떨어진 헌옷을 깁자고 생재기를 잘라내자는 말이냐?'처럼 쓰인다.
몸에 난 상처는 약으로 치료하면 낫는다. 그러나 마음에 입은 상처는 쉽사리 가시지 않는 법이다. '사람들은 작은 상처는 오래 기억하고 큰 은혜는 얼른 망각해 버린다. 상처는 꼭 받아야 할 빚이라고 생각하고, 은혜는 꼭 돌려주지 않아도 될 빚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양귀자의 '모순'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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