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갈갈이, 갈가리
요즘 벌어지는 일을 보고 있자니 가슴 답답한 것이 한두 가지가 아니다. 대학수학능력시험 문제 복수 정답 처리나 부안의 원전센터 건립 문제가 그렇다. 북한을 탈출한 국군포로 전용일씨의 귀환 처리 과정도 마찬가지다. 텔레비전에서 전씨가 혈육임을 확인한 가족의 가슴은 아마도 '갈갈이' 찢어졌을 것이다. 이것을 바라보는 국민의 마음도 매한가지일 것이다.
이런 경우의 '갈갈이'는 '갈가리'로 바로잡아야 한다. '갈갈이'와 '갈가리'는 발음이 똑같아서 잘못 쓰기 십상이다. '갈갈이'는 '가을갈이'의 준말로, 품사는 명사다. '가을갈이'는 다음해의 농사에 대비해 가을에 논밭을 미리 갈아 두는 일, 곧 추경(秋耕)을 의미한다. 봄철에 논밭을 가는 '봄갈이', 가을에 익은 곡식을 거둬들이는 '가을걷이'란 말과 함께 기억하면 좋을 것이다.
이와 달리 '갈가리'는 '가리가리'의 준말로 부사다. '갈기갈기'와 같은 뜻이다. '지력(地力)을 높이려면 볏짚을 잘게 잘라 골고루 깔아주고, 갈갈이를 실시해 볏짚이 잘 썩도록 해줘야 한다.' '아주 적은 돈을 팁으로 받은 점원은 손님 앞에서 보란 듯이 그 돈을 갈가리 찢어발겼다.' '그녀가 보낸 '헤어지자'는 단 한마디가 적힌 엽서 한 장이 내 마음을 갈가리 찢어버리고 말았다.' 찢어지는 일과 관련해선 '갈가리'를, 농사일과 관련해서는 '갈갈이'를 쓴다는 점을 생각하면 기억하기 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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