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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은, 구은, 책갈피
가로수 길에 노랗게 은행잎이 깔렸습니다. 바람이라도 조금 불라치면 우수수 지는 잎들이 장관입니다. 어릴 적 이맘때면 색색의 나뭇잎을 모으느라 분주했는데, 어른보다 바쁜 요즘 어린이들은 그럴 여유나 있을지 모르겠습니다. 골라 '주운' 잎들은 책갈피 사이에 곱게 끼워 말렸다가 성탄절이나 새해 카드를 만드는 데 쓰기도 했지요.
그런데 위 글에 나오는 '주운'을 '주은'으로 쓰는 분이 많더라고요. '산에서 주은 단풍잎'처럼 말이죠. '줍다'는 ㅂ 불규칙 용언으로, 어간의 'ㅂ'이 'ㅜ'로 바뀌어 '주워 주우니 주웠다 주운'처럼 활용합니다. 따라서 '산에서 주운 단풍잎'처럼 쓰는 게 바릅니다. '밤을 굽다'에서의 '굽다'도 마찬가지로 '구워 구우니 구웠다 구운'처럼 써야 합니다. 그러므로 '화롯불에 구은 밤' '고구마를 구어 먹다'처럼 쓰는 것은 바르지 않습니다.
'책갈피'도 뜻을 정확하게 모르고 쓰는 경우가 자주 눈에 띕니다. 책갈피는 '책장과 책장의 사이'를 뜻하는 말입니다. 그러므로 '책을 읽다가 어딘가 다녀와야 할 때는 책갈피를 끼워놓고 가면 됩니다' '익스플로러에도 책갈피와 같은 기능을 담당하는 것이 있는데 바로 즐겨찾기입니다' 등에서의 '책갈피'는 잘못 사용한 것입니다. 이 경우는 '서표(書標)'라는 단어를 쓰는 게 맞습니다. 서표는 '읽던 곳이나 필요한 곳을 찾기 쉽도록 책갈피에 끼워 두는 종이 쪽지나 끈'을 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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