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있냐? 없냐?
영화 '살인의 추억'을 보면 형사 박두만이 살인 용의자 박현규에게 '밥은 먹고 다니냐?'라고 묻는 장면이 나옵니다. 마음속으로는 현규가 범인이라고 확신하지만 증거를 잡지 못해 놓아주게 된 박두만이 갑자기 이런 말을 던지는데요. 어떤 의도로 한 말인지 아리송합니다. 박현규의 몰골이 불쌍해서 한 말일 수도 있고, 아니면 미워서 빈정대는 말일 수도 있을 것입니다. 오늘 우리가 짚어 보려는 것은 박형사의 이 말 '밥은 먹고 다니냐?'입니다.
'밥은 먹고 다니냐?'와 '밥은 먹고 다니느냐', 어느 것이 바를까요? 이것도 좀 헷갈리죠? '-냐'와 '-느냐'는 쓰임새가 다릅니다. 따로 나눠서 살펴보겠습니다. '-냐'와 '-으냐'는 형용사와 '이다'에 사용합니다. 둘 중 '-으냐'는 받침 있는 말 다음에 오게 되지요. 예를 들면 '이것이 풍란이냐? 꽃은 예쁘냐?' '이 사과는 왜 이렇게 자냐? 맛은 좋으냐?'처럼 쓸 수 있습니다.
'-느냐'는 동사와 '있다' '없다' '계시다'에 씁니다. 예를 들면 '누가 이겼느냐?' '무엇을 먹느냐?' '그 가게에서 생강을 파느냐?' '비행기 타본 적이 있느냐?' '아무도 없느냐?' '아버지 계시느냐?'처럼 쓰는 것이죠. 흔히 '이겼냐? 먹냐? 파냐? 있냐? 없냐? 계시냐?'로 쓰는 이들이 많지만 그것은 바르지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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