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조회 수 7,123 추천 수 11 댓글 0
어떤 개인(?) 날
'어떤 개인 날'. 우리에게 참으로 낯익은 글귀다. 어둠의 터널을 뚫고 한 줄기 빛이 비치기를 간절히 바라는 마음을 담은 이 글귀는 우리네 삶의 깊은 곳을 건드린다. 그렇기에 동서를 불문하고 많은 예술가의 사랑을 받았나 보다. 푸치니의 오페라 '나비부인' 중 '어떤 개인 날', 황동규 시집 『어떤 개인 날』, 노향림의 시 '어떤 개인 날' 등 이 글귀를 사용한 예술작품들이 많다는 사실은 이를 잘 말해 준다.
이 좋은 말 속에도 옥에 티가 있다. 표기법상 '개인'은 '갠'의 잘못이다. 기본형이 '개이다'가 아니라 '개다'이므로 '개니/개어/갠' 등으로 활용되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어떤 갠 날'이 바른 표기다. 이렇듯 기본형에 '-이-'가 들어가 잘못 활용되고 있는 말들이 꽤 눈에 띈다.
설레이는 마음(×)→설레는 마음(○), 목이 메이다 →목이 메다, 헤매이는 발길 →헤매는 발길, 몇 번이고 되뇌였다 →되뇌었다, 살을 에이는 추위 →살을 에는 추위.
'어떤 개인 날'을 '어떤 갠 날'로 고쳐 놓으면 왠지 감칠맛이 떨어지지 않느냐는 의견도 있다. 시적 언어로 쓰인 방언인 '(봄)내음''나래'를 표준말 '(봄)냄새''날개'로 바꿔 놓았을 때 느끼는 기분처럼. 그러나 '어떤 개인 날'이 시적 언어로는 널리 사랑받고 있지만 맞춤법에 어긋난 표기라는 점은 꼭 알아두자.
한규희 기자 khhan@joongang.co.kr
번호 | 제목 | 글쓴이 | 조회 수 | 날짜 |
---|---|---|---|---|
공지 | ∥…………………………………………………………………… 목록 | 바람의종 | 81,320 | 2006.09.16 |
공지 | 새 한글 맞춤법 표준어 일람표 | 바람의종 | 227,593 | 2007.02.18 |
공지 | 간추린 국어사 연대표 | 風磬 | 241,968 | 2006.09.09 |
3626 | 고장말은 일상어다 / 이태영 | 바람의종 | 23,789 | 2007.07.24 |
3625 | 우리말의 참된 가치 / 권재일 | 바람의종 | 14,737 | 2007.08.31 |
3624 | 언어의 가짓수 | 바람의종 | 13,954 | 2007.09.26 |
3623 | 상일꾼·큰머슴 | 바람의종 | 13,748 | 2007.09.28 |
3622 | ‘기쁘다’와 ‘즐겁다’ | 바람의종 | 14,044 | 2007.09.29 |
3621 | 언어 분류 | 바람의종 | 14,389 | 2007.10.06 |
3620 | 떼부자 | 바람의종 | 12,567 | 2007.10.08 |
3619 | 단소리/쓴소리 | 바람의종 | 12,468 | 2007.10.09 |
3618 | ‘부럽다’의 방언형 | 바람의종 | 10,776 | 2007.10.11 |
3617 | ‘우거지붙이’ 말 | 바람의종 | 11,542 | 2007.10.13 |
3616 | 쉬다와 놀다 | 바람의종 | 10,984 | 2007.10.14 |
3615 | 방언은 모국어다 | 바람의종 | 9,625 | 2007.10.16 |
3614 | 청소년의 새말 | 바람의종 | 12,120 | 2007.10.17 |
3613 | 우리 | 바람의종 | 9,893 | 2007.10.18 |
3612 | 분루 | 바람의종 | 11,876 | 2007.10.19 |
3611 | 사투리와 토박이말 | 바람의종 | 11,009 | 2007.10.20 |
3610 | 경제성 | 바람의종 | 10,542 | 2007.10.21 |
3609 | 외국어와 새말 | 바람의종 | 10,983 | 2007.10.22 |
3608 | 알타이말 | 바람의종 | 10,811 | 2007.10.23 |
3607 | 정서적 의미 | 바람의종 | 10,585 | 2007.10.25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