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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해/대하여/최인호
‘-에 관(關)해, -에 대(對)하여’ 따위가 들어가지 않으면 말글이 안 되는 지경에 이르렀다. 20세기 이전엔 거의 찾아볼 수 없고, 그 후반 들어 많이 나타나는 것을 보면 연유를 대충 알조다. 말이 안 되는 지경이란, 그만큼 많이 쓰기도 하고, 이를 쓴 문장을 손질할 때 피를 봐야 할 정도로 들러붙었다는 말이다. 그것이 들어가 말을 어지럽히고 군더더기를 만드는데도 아무데나 쓸데없이 많이 쓰는 게 문제다. 이 두 가지는 뜻차이 없이 서로 넘나들며 쓴다.
이 말이 많이 쓰이게 된 연유는 두어 가지다. 먼저 일본말(-に 關して, -に 對して) 영향이다. 특히 일제 행정·법률 문서를 그대로 베껴 쓰면서 쉬를 슬기 시작했다. 여기에 광복 뒤 줄곧 영어 영향이 더한다. 곧 갖가지 꼴의 영어(for, as regards, as to, as for, in regard to(of), with regard to, in respect of, with respect to, as respects, about, concerning, regarding …)를 마냥 ‘-에 관해, -에 대해, -에 관해서는, -에 대해서는” 따위로 가르쳐 버릇하고 배우며, 이를 번역문 아닌 보통 말글에서도 써댄 결과다. 요즘은 ‘-에 관한’보다 ‘-에 대한’ 쪽이 더 잦은 편이다.
예컨대 “다음 물음에 관해 답하시오. 평화에 대해 갈망하다, 달러에 대한 원화 환율, 누구누구에 대해 구속영장을 청구하다”가 아니라 “다음 물음에 답하시오. 평화를 갈망하다, 원-달러 환율, 누구누구의 구속영장을 청구하다”면 될 터이다.
△이 물건이 쓸모가 있는지에 관해 논의하고 있다 → 이 물건이 얼마나 쓸모가 있는지 논의하고 있다. △이 이슈에 관해서는 아무것도 할말이 없다 → 이 이슈를 두고는 아무 할말이 없다 △무엇에 대해 알고 싶은가 → 무엇을 알고싶은가 △아시아 다른 나라들의 미사일방어 계획에 대한 태도에 대해선 ~ → 미사일 방어계획을 다루는 아시아 다른 나라 쪽 태도 분석에서 △하원 인권 코커스에 대해 간단히 소개해주시죠 → 하원 인권위원회를 간단히 소개해주시죠 △최근 들어 많이 다루는 주제는 북한 난민들에 관한 것입니다 → ~ 북한난민 얘기입니다 △이에 대해 → 이에 △여성의 사회적 지위에 관하여 토론하도록 하겠습니다 → 여성의 사회적 지위를 주제로 토론하겠습니다
문장을 손질할 때 스스로 마음만 먹으면 상당수 군더더기들을 털어낼 수 있다. 최선은 글을 쓸 때부터 아예 이런 말을 쓰지 않는 것이다.
최인호/한겨레말글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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