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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태
“검푸른 바다 바다 밑에서/ 줄지어 떼지어 찬물을 호흡하고/ 길이나 대구리가 클 대로 컸을 때/ … / 어떤 어진 어부의 그물에 걸리어/ 살기 좋다는 원산 구경이나 한 후/ 에집트의 왕처럼 미라가 됐을 때….” 양명문의 시에 변훈이 곡을 붙인 노래 ‘명태’의 앞 소절이다. 어젯밤 이 노래가 입안에서 맴돌았다. 뜬금없는 명태 타령은 어젯밤 술상에 오른 ‘먹태’ 때문일 것이다. ‘먹태’는 ‘(얼고 녹는 게 모자라) 황태가 되지 못한 것’이라는 게 가게 주인의 설명이지만 사전에 오르지 않은 말이다. 이처럼 명태는 잡는 방식과 상태에 따라 이름도 여럿으로 나눠 부른다.
‘어부의 그물에 걸린’ 명태는 망태이고, 낚시로 잡은 것은 조태라 한다. ‘미라가 된’ 것은 북어 또는 건태라 하는데 이 중에 ‘얼었다 녹았다’를 20회 이상 거듭해야 한다는 ‘황태’를 으뜸으로 친다. ‘짝태’(북한어)는 ‘명태의 배를 갈라서 내장을 빼고 소금에 절여서 넓적하게 말린 것’이고, ‘염태’는 ‘소금에 절인 명태’로 ‘간명태’와 한뜻이다. ‘봄에 잡은 명태’를 춘태라 하는데, 음력 4월과 5월에 잡히는 것을 ‘사태’, ‘오태’로 따로 이르기도 한다. 맨 끝물에 잡은 ‘막물태’는 ‘뭔가 부족한 듯한 사람을 비유적으로 이르는 말’이기도 하다. 노가리는 ‘명태의 새끼’이다.(표준국어대사전) 꾸들꾸들하게 반건조시킨 명태는 ‘코다리’라 한다.(고려대 한국어사전)
이 모든 것의 ‘원형’인 명태는 ‘명천(明川)에 사는 태씨(太氏)가 물고기를 낚았는데, 이름을 몰라 땅이름의 첫 자(명)와 고기 잡은 이의 성(태)을 따서 이름 붙였다’ 한다. 제물포조약 체결 때 우리 쪽 ‘수석대표’를 맡기도 한 이유원이 펴낸 <임하필기> ‘문헌지장편’에 나오는 기록이다. ‘원산에 가면 명태가 땔나무처럼 쌓여 있다’는 얘기도 여기에 나온다. 한때 지천이던 명태가 금태(金-)가 될지 모르겠다. 어제 ‘한-러 어업협상 결렬…명태값 오르나’ 소식을 듣고 떠올린 생각이다.
강재형/미디어언어연구소장·아나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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