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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기여차
어촌에 가을이 드니 고기마다 살쪄있다/ 닻 들어라 닻 들어라/ 넓고 푸른 물결 한껏 즐기자/ 지국총 지국총 어사와/ 인간 세상 돌아보니 멀수록 더욱 좋구나. 고산 윤선도가 지은 ‘어부사시사’ 가을편의 한 대목이다. 말년을 전남 보길도에서 세상을 등지고 살았던 고산. 그가 자신의 거문고 ‘아양’(峨洋)을 뜯으며 읊었을 이 노래의 여음구 ‘지국총 지국총 어사와’는 예스러움을 즐기는 이들에게 여전히 사랑받는 구절이다. ‘지국총’은 ‘노를 젓고 닻을 감는 소리’이며 ‘어사와’는 ‘어여차(어기여차)를 예스럽게 이르는 감탄사’이다.(표준국어대사전)
‘어부사시사’의 여음구 ‘지국총 지국총 어사와’는 노 저으며 용쓰는 사공들이 서로 메기고 받는 ‘어기여차 에헤야…’를 떠올리게 한다. 우리 민요 ‘뱃노래’의 후렴으로 널리 알려진 바로 그 소리이다. 어부들은 일하는 과정에 따라 ‘배 닦는 소리’, ‘닻 감는 소리’, ‘노 젓는 소리’, ‘그물 올리는 소리’, ‘고기 푸는 소리’ 등을 부르는데 이 가운데 후렴구가 익숙한 노래가 ‘노 젓는 소리’이다.(브리태니커)
“일본 규슈 나가사키현 히라도 항구의 ‘뱃노래’ 후렴구가 귀에 익어 깜짝 놀랐다”는 글을 보았다. 지난봄 경기도 과천에서 열린 ‘한-일 전통민요 교류 공연’을 찾았던 한 관객이 인터넷에 남긴 글이다. 지난 주말 입학 30주년에 즈음한 모교방문 행사장에서도 ‘뱃노래’를 불렀다. 모처럼 만난 동창들과 어깨 겯고 부른 노래는 학창 시절의 그것과 달랐다. 일본 전통민요 공연단의 그것과도 달랐을 것이다. ‘에야누 야누야 에야누 야누…’는 ‘어기여 디여차 어기여 디여…’로 바뀌어 있었다. 학교 쪽에 물어보니 1990년대 중반 가사를 바꾸었단다. ‘에야누 야누야…’는 일본 ‘뱃노래’의 후렴구에서 흘러들어온 것임을 뒤늦게 안 때가 그 시기였던 것이다.
강재형/미디어언어연구소장·아나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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