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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겹살의 나이
강원도 양양에 다녀왔다. ‘매체언어의 중립성’을 논의하는 모임이 있어서였다. 토론회 짬짬이 양양군의 이모저모를 훑어보다가 ‘가축사육 현황’에 눈길이 멈췄다. 지난주 ‘뭉치사태 속에서 아롱아롱하게 보이는 아롱사태’ 따위의 소 부위별 이름을 다룬 뒤여서 그랬을 것이다. 군내 가축 수를 따져보니 돼지가 으뜸이었다. 찾는 이가 많으니 마릿수도 많을 것이다. 돼지고기를 쇠고기 부위에 견주어 짚어보니 같은 것도 있지만 다른 것도 있었다. 등심과 안심, 갈비, 사태 따위는 쇠고기와 같지만 다른 이름도 꽤 있었고, 뜻밖에 역사가 짧은 것도 있었다.
뜬금없이 ‘삼겹살의 나이’를 물었던 이가 있다. ‘1970년대 이전에는 삼겹살이란 표현을 듣지 못했다’는 게 그가 품은 의문의 시작이었다. 1970년대 이전에 출간된 국어사전을 찾아보니 ‘삼겹살’은 등장하지 않는다.(1963년판 <동아국어대사전>) 신문에는 1959년에 처음 나오고(<경향신문> 1월20일치 4면) ‘삼겹살’ 이전에 ‘세겹살’이 나온다.(<동아일보> 1934년 11월3일치 4면) 살과 지방 부분이 세 번 겹쳐 있어 붙여진 이름인 ‘삼겹살’이 ‘한겹, 두겹…’에 어긋나는 조어여서 그럴 것이다. ‘세겹-’이 ‘삼겹-’이 된 까닭은 매출을 늘리려는 상인들이 ‘몸에 좋은 삼(蔘)’을 ‘세겹살’의 삼(三)과 관련지어 붙인 이름이라는 설이 있지만 근거를 찾기는 어렵다.
돼지의 가로막(횡격막) 부위에 있어서 ‘가로막이살’로 불리다 새 이름이 붙은 ‘갈매기살’은 1995년부터 지면에서 발견되고, 목덜미 부위의 살을 이르는 ‘항정살’은 2000년 이후에 신문기사에 등장한다. 그 이전에는 ‘(돼지)목살’이었으니, ‘목덜미 항(項)’을 끌어다 쓴 말로 보인다. 비슷한 시기에 보이기 시작한 ‘가브리살’은 ‘뒤집어쓰다’는 뜻인 일본어 ‘가부루’(かぶる)에서 비롯한 말이다. 내력이 마뜩잖은 ‘가브리살’은 등허리 부위의 껍질 바로 안쪽에 붙은 살의 뜻을 살려 ‘등겹살’이라 하면 어떨까 싶다.
강재형/미디어언어연구소장·아나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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