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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수막, 펼침막
총선, 잔치는 끝났다. 삶만큼이나 말글살이의 무게가 중요함을 깨닫게 한 19대 총선이 끝나면서 ‘사찰 바람’과 ‘막말 시비’로 선거 기간 동안 휘몰아치던 여론몰이도 수그러들었다. 선거 결과를 놓고 분분했던 논란과 해석도 잦아들 것이다. 그리고 웬만한 네거리, 시장 들머리, 대중교통 타는 곳 등에 걸려 ‘날 좀 보소’ 하는 듯 공약을 담아 나부꼈던 선거 홍보 현수막이 사라질 것이다.
선거운동이 시작되면서 홍보 현수막과 선거 공보, 홍보 인쇄물 수요가 늘어 관련 업계가 반짝 호황을 누렸다는 소식이 들렸다. 전국을 뒤덮었던 그 많은 현수막은 어떻게 처리될까. 선거관리위원회는 ‘홍보 현수막은 각 후보가 지체 없이 회수해야 하며 그러지 않을 경우 과태료를 부과’한다고 밝혔다. 업계 호황의 그림자는 후보들이 짊어져야 하는 것이다. 자원순환사회연대는 이번 선거에서 사용된 현수막을 모두 태워 버릴 경우 28억원이 들 것이라며 ‘폐현수막을 장바구니나 신발주머니, 마대, 농사용 덮개 등으로 재활용하자’는 제안을 내놓았다. 튼튼한 재질로 만든 현수막은 재활용 가치가 높기 때문이다.
현수막은 ‘매달아(懸, 매달 현) 늘어뜨린(垂, 드리울 수) 막(幕)’으로 ‘선전문·구호문 따위를 적어 드리운 막’(표준국어대사전)이다. ‘드리우다’는 ‘한쪽이 위에 고정된 천이나 줄 따위가 아래로 늘어지다’이니 현수막은 세로쓰기 시대에 어울리는 말이다. 가로쓰기가 대세인 시대에 걸맞은 표현으로 ‘펼침막’이 있다. 이 말은 인터넷에 15만여건(구글 검색 기준) 나오는 것에서 보듯이 꽤 널리 쓰이고 있는 표현이다. ‘손펼침막’의 등장도 눈여겨볼 만하다.(2005년 신어자료집, 국립국어원) 1980년대 대학가 등에 등장해 인정받은 ‘걸개그림’처럼 ‘펼침막’도 사전에 제자리를 찾아줄 때가 되었다. ‘손펼침막’보다 검색 빈도가 4배 정도 높은 ‘손팻말’과 함께라면 더 바랄 게 없겠다.
강재형/미디어언어연구소장·아나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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