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니와 학부형
아들이 졸업했다. 식장에 앉아 있는 아들이 대견하고 자랑스러웠다. 아니, 한자리에 있는 졸업생 모두가 너나 할 것 없이 갸륵해 보였다. 딸도 졸업했다. 엄마 손에 이끌려 들어섰던 교문을 동무들과 조잘대며 함께 나서는 한결 슬기로워진 딸이 기특했다. 훌쩍 커버린 아이들을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부모들을 흐뭇하게 했던 졸업식. 거기에서 들은 노래는 부모 세대의 것이기도 했다.
“빛나는 졸업장을 타신 언니께/ 꽃다발을 한 아름 선사합니다/ 물려받은 책으로 공부를 하며/ 우리는 언니 뒤를 따르렵니다.”(‘졸업식 노래’ 1절)
울음 꾹꾹 씹어삼키며 불렀던 이 노래의 노랫말에 나오는 ‘언니’는 누구일까. 대학을 갓 졸업한 여성에게 물었다. ‘남자들도 언니라고 하는 게 이상하지 않으냐’고. “여중을 나와서…, 남자학교는 ‘형’이라 하지 않나….” 뜻밖의 답이었다. 언니와 형은 동성의 손위 형제를 이르는 말로서 본래는 남녀 가리지 않고 쓸 수 있는 표현이다.
“구제역 확산을 막기 위해 졸업식 하객을 최소화해 달라는 가정통신문을 학부형에게 보냈다”는 뉴스(ㅇ케이블방송)의 ‘학부형’도 한번 생각해볼 표현이다. 학부형은 원래 학생(學)의 아버지(父)와 형(兄)이라는 뜻이니 ‘바깥일은 남정네가 하던 시대’에 좀더 어울릴 듯싶다.
이제 졸업 철은 끝나고 새 학기가 시작된다. ‘앞에서 끌어주고 뒤에서 밀며/ 우리나라 짊어지고 나갈’ 언니와 아우들의 앞날을 위해 학부모들이 해야 할 일은 무엇일까.
강재형/미디어언어연구소장·아나운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