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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글
‘한글’은 조선조 세종 시대에 만들어져 지금까지 쓰이고 있는 우리 글자의 이름이다. 세종 시대에 처음 이 글을 반포할 때는 ‘훈민정음’이라 했다. 그러나 조선 사회의 사대부들은 한글을 쓰는 것을 꺼린 나머지 이를 업신여겨 언문, 암글이라 하기도 했다. 심지어는 통싯글이라 부르기도 했으니 조선 시대의 한글은 사람으로 치면 천민이나 다름없었다. 조선 말에 이르러 우리글에 ‘한글’이란 이름을 붙인 이는 주시경 선생이다.
“우리가 한글보다 과학성이 뒤떨어진 영어를 배우는 이유는 폭넓고 수준 높은 지식, 즉 콘텐츠가 풍부하기 때문이다.” ‘한글 경쟁력을 높이는 번역’이라는 제목의 신문 칼럼에서 잘라온 구절이다. 칼럼에서는 한글과 영어를 대비시켜 이야기를 풀어나가고 있다. 한글과 영어는 비교 대상이 아니다. 한글은 글자이고 영어는 언어이기 때문이다. 한글의 비교 대상은 알파벳이고, 영어의 비교 대상은 한국어이다.
‘한글’을 ‘한국어’와 동일시하는 경우를 더러 볼 수 있다. 잘못된 일이다. 이런 잘못은 한글 전용이냐 한자 혼용이냐 하는 글자 사용 논쟁을 순우리말 사용이냐 한자어 사용이냐 하는 어휘 사용 논쟁과 뒤섞어 버림으로써 논쟁의 초점을 흐리기도 한다.
설령 ‘한글’을 ‘한국어’와 같은 의미로 썼다고 하더라도 납득할 수 없다. 영어가 한국어보다 과학성이 떨어진다는 주장에 동의할 사람이 얼마나 있겠는가? 한글이 세계 최고의 문자라는 데는 동의하지만, 한국어가 영어보다 뛰어난 언어라는 데는 고개가 저어진다.
우재욱/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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