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쉼표 하나
글이란 쉼표 하나까지도 정확하게 써야 한다고 할 때, 예를 드는 고전이 있다.
1889년 미국 의회에서 가결된 관세법에서 쉼표를 잘못 찍는 바람에, 다음해에 법을 고칠 때까지 200만달러의 관세 수입을 날려버렸다는 이야기다. ‘모든 외국산 과일나무’(All foreign fruit plants)라고 한 것이 인쇄 과정에서 쉼표가 잘못 들어가 ‘모든 외국산 과일과 나무’(All foreign fruit, plants)로 되었기 때문이었다고 한다.
“85년 창립된 민주당의 리더십협의회는 90년 아칸소 주지사 클린턴을 의장으로….” 미국 ‘뉴올리언스 선언’을 다룬 신문 칼럼에서 잘라온 구절이다.
미국 민주당이야 뿌리까지 거슬러 올라가면 200년도 더 된 정당이다. 그러니 칼럼의 내용으로 보나 시기로 보나 85년에 창립된 것은 민주당이 아니라 민주당 내의 ‘리더십협의회’다. 그러나 기사 문장을 미국의 관세법 식으로 따지고 들면, 85년에 창립된 것은 민주당이다.
왜 이렇게 되었을까? 꼭 필요한 곳에 쉼표를 생략해 버렸기 때문이다. “85년에 창립된 민주당의…”라고 하면 그 뒤에 무슨 말이 오든 85년에 창립된 것은 민주당이다. 기사 문장을 뜯어보면 ‘리더십협의회’라는 명사를 ‘창립된’과 ‘민주당의’라는 두 관형어가 각각 수식하고 있다. 이럴 땐 두 관형어 사이에 쉼표를 찍어 ‘85년 창립된, 민주당의 리더십협의회’라고 해야 확실하다.
우재욱/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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